[대선 2025]흙수저 아이콘 이재명, ‘악마화’ 뚫고 ‘국민통합’ 이룰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12 10:35

가난·차별 뚫고 올라선 ‘흙수저의 아이콘’, 대한민국 최고 지지 받는 대통령 후보돼

성남시장· 경기지사로 행정능력 인정받고 야당 당대표 거쳐 대통령 재도전

2030세대 유권자 표심잡기·야권 연대 과제…“국민의 뜻대로 정치 실현” 메시지 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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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 페이스북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6.3 조기 대선의 중심에 이재명이 다시 섰다. 2022년 대선 패배 후, 각종 사법 리스크와 정치적 역풍, 일부의 집요한 '악마화' 공세에도 불구하고 유력한 대권 후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흙수저 아이콘'에서 인권변호사·불사조로


2024년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 현장 시찰 중 기자들과의 문답을 진행하던 한 정치인이 왼쪽 목 부위를 흉기로 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를 흘리며 현장에서 쓰러진 이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즉시 병원으로 이송되어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나, 이 사건은 정치권과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가난과 차별을 뚫고 올라선 '흙수저의 아이콘' 정치인 이재명이 생명의 위협을 받았으면서도 살아 남아 다시 한 번 대중들의 뇌리에 각인된 순간이다.


이재명은 경기도 안동에서 태어나 성남시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극심한 빈곤으로 생업을 위해 공장에 들어가 '소년공'으로 일했다. 산업재해로 인해 신체장애까지 얻었다. 당시 입은 신체장애로 한여름에도 반팔 옷을 입지 못했던 일은 슬픈 일화로 남아있다.




이 후보는 열다섯 살 무렵 성남의 야구글로브 제조 공장에서 프레스에 왼팔 손목이 끼어 뼈가 부서졌다. 해고가 두려워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바람에 성장판이 손상됐다. 팔뚝에 있는 뼈 두 개 중 하나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팔이 뒤틀렸다. 그때 입은 장애로 왼팔은 곧게 펴지지 않는다. 쭉 뻗어보아도 안쪽으로 휘어 있어 어색해 보인다.


소년공 시절의 설움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작업반장이 한참 어린 소년공들을 구타하고 가혹행위를 하는 것도 일상적이었다. 게다가 이 후보는 독한 화학물질에 오래 노출돼 후각세포가 망가지면서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의 굴곡진 삶은 이 후보의 미래 행정가, 정치인으로서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이러한 경험은 그의 정치적 정체성에 강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중앙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한 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신 뒤 1986년 사법고시 1, 2차를 통과했다. 이듬해 사법연수원에 입소해 연수생으로서 첫 발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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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집회에 참가한 이재명 후보. 이재명 페이스북

민주화의 격동기를 거치며 이재명의 정치적 정체성은 더욱 뚜렷해 졌다.


1988년 7월 전두환 정권이 임명한 대법원장을 노태우 정권이 유임하려 하자 사법연수원생들과 전국의 판사 430명이 반대 성명을 내는 '2차 사법파동'이 일어났다. 당시 사법연수원생 185명이 '사법부 독립에 관한 우리의 견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초안 작성자가 연수생 이재명이었다. 이는 이재명이 세상을 향해 낸 첫 외침으로 알려졌다.


인권과 노동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변호사 이재명은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사회적 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힘썼다.


인권변호사로 활동한 그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실용주의·사회적 약자 보호 행정가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는 복지 확대와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한 '실행형 리더십'으로 주목받았다.


시장 이재명은 취임 직후, 성남시의 재정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5200억 원 규모의 부채 상환을 유예하는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이후 적극적인 재정 개혁과 세수 확보를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했다. 특히 청년배당, 무상교복, 공공산후조리원 도입 등 생활 밀착형 정책은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또 재임 중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화를 다룬 영화 '귀향'의 상영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의 지원으로 성남시민 7만여 명이 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이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의 관심과 지원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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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 티셔츠를 입고 있는 지지자들.

하지만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난에 시달리도 했다. 당시 3대 무상복지정책인 청년배당·무상산후조리원·무상교복에 대해 시의회 다수당인 새누리당은 시 재정을 파탄 낼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도 교부금 삭감과 지자체 권한 축소로 대응했다.


2016년 6월 이재명은 광화문 광장에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박근혜 정권의 조치가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단식농성 11일째 민주당 지도부가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며 중단을 청했다. 변방에 머물던 행정가가 중앙정치의 다크호스로 떠 오른 순간이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성남시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혁신적 정책을 추진해 주목을 받았던 이재명은 재임 기간 동안 287개 공약 중 총 270개를 이행, 약 94.1%의 공약 이행률을 기록했다.


2018년 경기도지사에 오른 후에는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정책을 선도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이 시기 그는 성남시장 때와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행정과 복지 정책, 공정성을 강조한 개혁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코로나19 방역 선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등에서 빠른 결정력과 실행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경기도 주요 계곡 지역에 우후죽순 자리를 잡고 있던 불법 천막·식당들을 긴밀한 협의 끝에 큰 소란없이 신속하게 철거한 것도 그의 정치적 자산이 됐다.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정치적 철학은 기본소득형 정책 확대로 실천됐다. 경기지사 시절 그는 경기도 내 만 24세 청년에게 연 100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청년기본소독을 단행했다. 이는 지금도 소득과 무관하게 모든 청년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복지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와 유사한 농민기본소득은 일부 시군에서 시범 실시한 뒤, 도 전체로 확대 추진했다. 농가당 연간 60만 원을 지급해 농촌 소득기반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확한 예산 관리와 책임 행정가로서의 면모도 발휘했다.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회의 도중 한 기관장이 예산 소요를 두루뭉술하게 답변하자 “업무 방해하지 마세요!"라고 질책하며 정확한 예산 계산을 요구한 사례가 있다. 당시 “나의 1분은 경기도민의 1364만 분"이라며 행정의 효율성과 책임감을 강조한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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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된 이재명 후보가 당시 경쟁후보들과 환호하고 있다.

◇ 2번의 대권 도전 실패, 2전 3기 이룰까


소년공에서 인권변호사, 성남시장, 경기도지사로 성장한 이재명은 2017년 대선에서 첫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 비록 당내 경선에서 21.2% 득표에 그쳤지만, 성공적인 중앙정치 데뷔라는 평가를 얻었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0.77% 차이로 아쉽게 석패한 후에는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더욱 굳혔다. 당내 주도권을 빠르게 확보하며 정치적 역량을 발휘했다.


다만 2030세대 남성들, 소위 '이대남' 사이에서는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여기에는 이재명 후보를 '위험한 정치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지 중심 정책이 2030세대의 관심사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어르신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기초연금 부부감액을 단계적으로 줄여 어르신 부부가 좀 더 여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돕고, 일하는 어르신의 국민연금 감액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임플란트 건강보험 적용 연령은 낮추고 개수는 늘리는 한편 △'어르신 돌봄 국가책임제' 시행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통합돌봄 확대 △간병비 부담 완화 △의료 취약계층을 위한 '주치의제도' 확대 △경로당 등 노인여가복지시설에 대한 지원 확대 △'맞춤형 주택연금' 확대 및 공공신탁제도 도입 등을 약속했다.


최근에는 △공정 △실용 △미래비전을 강조하며 청년층 지지 회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청년층의 자산 형성, 일자리, 주거 안정,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발표했다.


청년미래적금 및 재무 상담 프로그램 도입과 가상자산 제도화 등을 통해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돕고, △구직활동 지원금 확대 △자발적 이직 청년 구직급여 제공 △직업교육 프로그램 확산 등 청년층 일자리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무주택 청년 지원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 △월세 지원 및 세액공제 확대 △상생형 공공기숙사 확대 등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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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후보는 상징적 장소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세를 하던 기존 선거운동과 다른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사흘간 진행했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그의 저서 '결국 국민이 합니다'를 통해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는 신념을 강조한다. 정치의 주체는 국민이며, 국민의 참여와 의지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핵심임을 강조하는 메시지다.


정치란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공공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정치인은 국민의 도구로서 이러한 국민의 뜻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뜻을 실현할 진정한 리더십을 갖춘 정치인은 누구인지 6월 3일 4400만 유권자의 손에 의해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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