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이앤씨, 8월부터 마곡 ‘원그로브’ 사옥으로 이사 시작… 10월 이전 완료
롯데건설 마곡으로, 현대산업개발 노원으로, SK에코플랜트 양평으로 이전
지분 들고 자체 개발 사업지나 자사 시공 건물에 이전… '비용 절감' 공통점
“건설사는 전국 현장이 사업지… 오히려 사대문 도심지에 본사 얽매일 필요 없어"

▲서울 종로구 평동 DL이앤씨 본사 디타워 돈의문 사옥 전경. DL이앤씨는 8월부터 마곡으로 본사 이전을 시작해 10월 마곡으로 이사를 마무리 한다. DL이앤씨
최근 서울 사대문 도심에 위치해 있던 대형 건설사들이 외곽으로 사무실을 이전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라 현금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오랫동안 터를 닦아왔던 전통적인 종로 및 광화문 도심 인근에서 벗어나 과감하게 외곽 지역으로 사옥을 옮기는 등 경영효율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 가운데 본사 이전이 당장 가시화 된 곳은 DL이앤씨다. DL이앤씨 관계자는 “오는 8월 말부터 본사 이전 작업을 시작해 올해 10월 경 마곡 원그로브 사옥으로 이전을 완료활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DL이앤씨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평동 디타워 돈의문 사옥은 2020년에 완공된 신축 건물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이 펀드를 조성해 매입한 돈의문 사옥은 DL이앤씨가 지분 투자자로 매입에 참여했고, 준공 이후 곧바로 입주해 현재까지도 사용 중이다.
5년째 돈의문 사옥에 머무르고 있는 DL이앤씨의 임차 계약은 당초 올해 연말까지였다. 사옥에 지분을 가지고 있는 DL이앤씨는 2027년까지 임대 계약 연장을 2년 늘릴 예정이었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작년 11월 마스터투자운용이 돈의문 타워 매각에 나섰고, NH농협리츠운용이 8953억원에 돈의문 디타워를 사들이면서 건물주가 바뀌었다. DL이앤씨는 사옥 매각에 따라 약 1300억원 수준의 현금을 확보했지만 높아진 임차료로 인해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작년 10월 완공된 마곡 '원그로브 빌딩'으로 이전을 결정하게 됐다. 연면적 약 46만3000㎡ 규모로 마곡 지구 최대 오피스빌딩인 원그로브는 서울 지하철 5호선 마곡역과 바로 연결돼 있는 초역세권 입지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다수의 대기업 본사가 진입한 마곡 지역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업무지구로서 입지가 우수한 만큼 본사 이전지로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잠원동 본사 매각 및 개발을 검토 중인 롯데건설도 본사 사옥 처리 계획에 맞춰 마곡 지구로의 이전을 추진 중이다. 롯데건설은 마곡 지구에 시공 중인 '르웨스트 시티타워'와 '케이스퀘어 마곡'을 본사 이전 후보지로 검토하고 있다. 두 곳 모두 롯데건설이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현재 잠원동 본사 외부 건물에서 근무 중인 플랜트사업본부와 토목사업본부의 임차 계약이 올 연말 만료되는 만큼 이들 사업부부터 마곡으로 이전할 예정"이라며 “전체 본사 차원의 이전은 잠원동 현 본사 매각 및 개발 계획에 따라 추후 진행될 계획인만큼 이전 타임라인은 아직까지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전했다.
롯데건설은 잠원동 본사 매각 및 개발 계획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한편, 지분을 들고 있는 건물을 완공시킨 후 해당 건물에 직접 입주해 임대료를 절감하고, 공실 리스크도 해소한다는 방침이다.
용산구 아이파크몰 사옥에 본사가 위치한 현대산업개발도 대기업 본사 사업지로는 이례적인 노원구로 2028년 본사 이전을 추진한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자사의 자체 개발 사업이자 광운대역세권 개발지구인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에 아예 본사를 이전할 계획"이라며 “이는 현산이 책임지고 광운대역 개발 사업을 성공시키고, 지역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종로구 수송스퀘어에 본사가 위치한 SK에코플랜트는 2027년 7월경 자사가 시공 중인 양평동 4가 오피스 빌딩이 완공되면 그곳으로 본사를 이전한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SK에코엔지니어링과 함께 양평동 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해 시너지 효과를 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전통 도심에서 외곽 지역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 중인 대형 건설사들은 공통적으로 자사가 지분을 들고 있거나 직접 개발 및 시공 중인 새 건물에 본사 이전을 꾀하고 있다. 임대료가 상승 중인 도심 지구에 본사를 둔다는 전통적인 시각에 갇히지 않고, 비용 절감을 위해 상대적으로 외곽 지역이라도 과감하게 본사를 이전하는 '효율 경영'에 나서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고위 임원은 “사실 전국에 현장이 존재하는 만큼 본사 사무실의 위치가 꼭 서울 한 가운데에 있을 필요가 없다"면서 “본사 위치가 어디가 됐던 업무 효율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