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대하던 LNG허브 기회 맞았다…그런데 이게 부족?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13 06:40

미국과 무역균형 위해 대량 LNG 구매 불가피

가스수요 감소로 물량 남아…해외 재판매 가능해져

물량·인프라 갖춰 LNG허브 가능, 에너지안보 효과

트레이딩과 달라 전문인력 필수, “잘못하면 무역 역전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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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8일 서울 문정동 BS한양타워에서 진행된 PF 약정 체결식에서 안영훈 동북아엘엔지허브터미널 사장(왼쪽)과 이정우 신한은행 본부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무역 균형 및 관세 협상 요구에 대응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대량 구매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를 계기로 한국이 LNG 허브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분야에서 이미 일본이 앞서가고 있지만, 일본은 고질적 문제인 지진 위험을 안고 있어 한국이 더 제격이라는 평가다. 다만 허브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이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어 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3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무역균형 및 관세 협상 요구에 대응해 미국산 LNG를 대량 구매할 예정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3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 정부는 협상에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모를 중요한 지표로 삼고 있다"며 “에너지 수입이 하나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미국산 LNG 수입을 대거 늘려 대미 무역흑자 폭을 줄이면 과도한 관세 폭탄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가 믿는 수출품은 LNG…최종투자결정 대기 물량만 2배

이는 미국도 원하는 바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며 화석연료 개발 및 생산을 강조했고, 취임해서는 곧바로 파리기후협정에서 탈퇴했다. 협정 탈퇴는 미국 내에서 화석연료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것을 넘어 전세계에 석유와 가스를 계속 판매하겠다는 의도도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수출품은 석유와 가스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미국의 원유 수출액은 1128억달러, LNG 수출액은 300억달러로 합치면 1428억달러이다. 여기에 원유와 가스를 채굴할 때 덩달아 나오는 액화석유가스(LPG) 수출액도 224억달러에 이른다. 이를 모두 합치면 1652억달러로, 1위 품목인 비행기부품 1222억달러를 가뿐히 넘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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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가동 중, 예정, 건설 중인 LNG 터미널 현황. 자료=미국에너지정보청(EIA)

트럼프 대통령은 더 많은 채굴을 통해 원유, LNG, LPG 수출을 늘리려 하고 있다. 특히 LNG 수출에 더 각별하다. LNG는 대량 생산과 판매가 가능하고 석유에서 청정에너지로 넘어가는 에너지전환의 중간 연료로 각광받으며 글로벌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LNG 수출량은 하루당 119억입방피트(cf)가량이다. 가동 중인 터미널은 7곳이다. 미국은 연내 3개의 터미널이 신규 가동하고, 2028년까지 4개의 터미널을 신규 가동할 예정이다. 신규 물량을 모두 합하면 98억cf이다. 현재보다 80%나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최종투자결정(FID)을 기다리고 있는 프로젝트도 179억cf나 된다. 이 프로젝트가 모두 확정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만큼 미국의 LNG 수출물량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관심사안이자, 한국 일본 대만에 강제 참여를 압박하고 있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주 북부의 엄청난 매장량을 갖고 있는 프루도베이 유가스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1300km의 가스관을 거쳐 남부의 니키시키 터미널을 통해 아시아로 LNG를 판매하는 사업이다. 총 440억달러가 투자될 예정이며, 2030년부터 연간 2000만톤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지분이 1/3이라고 하면 연 667만톤을 수입해야 한다.


탄소중립 정책으로 LNG발전량 갈수록 감소, 물량 남아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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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LNG 발전량은 갈수록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돼 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하지만 우리나라는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해 LNG 소비가 감소할 예정이다.


정부가 올해 3월 확정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국내 LNG 발전량은 2023년 157.7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161TWh로 증가하다가 2035년 101.1TWh, 2038년 74.3TWh로 급감할 전망이다.


LNG 계약은 10년 이상의 장기계약이 대부분인 점을 감안하면, 지금 계약을 체결한 물량은 미래에는 수요가 없게 되는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압박에 LNG 물량을 잔뜩 구매해 놨지만, 정작 미래에는 수요처가 없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물량이 남기 때문에 이를 해외에 재판매하는 트레이딩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 LNG 허브산업을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미 일본은 LNG 허브산업을 키우고 있다. 일본은 자국 수요가 연간 6000만~7000만톤에 불과하지만 총 거래물량은 1억톤이 넘어 남은 물량은 해외 직접거래 등에 활용하고 있다. 이는 에너지 안보적으로도 좋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적극 장려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러나 일본은 치명적 단점이 있다. 지질이 불안정해 항상 대지진에 대한 불안감을 갖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때도 LNG 터미널이 망가져 한국에서 LNG를 긴급 지원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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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LNG 재판매 현황. 자료=JOGMEC

이 때문에 한국이 LNG 허브국이 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국 물량이 들어오기 쉬운 한반도 남쪽과 동남쪽에는 새로운 LNG 터미널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BS한양, GS에너지, 전남도, 여수시가 참여하는 동북아LNG허브터미널 개발사업은 총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여수시 묘도 일대에 20만㎘급 LNG 저장탱크 3기와 배후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오는 2027년말(1·2호기)과 2028년말(3호기) 상업운전 개시해 2029년 3월 종합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동북아LNG허브터미널(대표 안영훈)과 신한은행·지역활성화펀드·중소기업은행 등 10개 기관은 1조1000억원대 규모의 프로젝트금융(PF) 대출약정을 체결했다.


그 바로 옆의 여수 광양만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LNG 터미널도 이미 가동 중에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에 20년간 총 1조450억원을 투자해 총 93만㎘ 저장용량을 갖춘 제1 LNG 터미널을 구축했다. 회사는 이에 더해 총 9500억원을 투자해 20만㎘급 LNG 탱크 2기를 증설하는 광양 제2 LNG 터미널 사업도 추진 중이다. 제2 터미널이 완공되는 2026년에는 총 133만㎘의 LNG 저장 용량을 확보하게 된다.


울산 북항에는 한국석유공사와 SK가스가 합작으로 설립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이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KET는 현재 LNG 탱크 3기(64.5만m³)와 오일탱크 12기(27만m³)를 갖추고 있으며, 향후 잔여부지(약 9만1000㎡)에 추가 LNG 및 암모니아 저장 시설 등의 확장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유 물량과 물적 인프라 등 전반적 여건을 모두 갖추고 있지만, 소프트 여건이 절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허브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LNG 허브산업은 단순히 물량을 사고 파는 트레이딩을 넘어 공급과 수요를 정확히 파악해 이를 연결시켜 주는 일이기 때문에 자원공학과 경영학, 금융학 지식까지 두루 갖춘 인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LNG산업은 한국가스공사가 80% 수입을 독점하고 있고, 나머지 20%는 민간기업이 자가 소비물량만 수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허브산업을 이끌 전문인력이 거의 없다시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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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에너지 재무회계 전문가.

오승훈 에너지 재무회계 전문가는 “LNG 허브산업 운용을 위해선 오리지네이터라는 전문인력이 반드시 필요한데, 우리나라에는 없는 직종이다. 트레이더는 단순히 가격 차를 이용해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일이라면, 오리지네이터는 글로벌 곳곳에서 잉여 생산과 수요 부족을 파악해 연결시켜 주는 일을 한다"며 “자원개발 전문가인 랜드맨 중에서 선발해 자원경영학과 금융학을 공부시켜 오리지네이터로 육성한다. 육성기간은 대략 15년이 걸리고, 에너지안보가 걸려 있어 외국인은 선발도 안해줄 만큼 굉장히 육성도 어렵고 중요한 인력"이라고 설명했다.


오 전문가는 이어 “오리지네이터 없이 허브산업을 운영하면 그냥 미국에 돈을 상납해주는 꼴밖에 안된다. 무역균형이 역전될 수도 있다"며 “민간기업이야 알아서 전문인력을 키우겠지만, 국가적으로 당장 필요하기 때문에 정부에서 의무적으로 오리지네이터를 육성해 이 인력이 민간으로 퍼지게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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