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빅딜’ 유럽 최대 공조기업 2조3700억원에 인수한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14 10:14

獨 플랙트 인수 발표···하만 이후 최대 규모 M&A

로봇·AI·오디오 등 유망기업 연이어 인수

‘AI 시대’ 데이터센터 등 공조 시장 성장 가능성 주목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삼성 로고

▲삼성 로고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다.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키며 신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해 글로벌 공조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고 14일 밝혔다. 이를 위해 영국계 사모펀드 트라이튼이 보유한 플랙트 지분 100%를 15억유로(약 2조37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8년만의 조 단위 M&A다.


플랙트는 100년 이상 축적된 기술력을 가진 공조기기 업체다. 고객별 니즈에 맞춘 제품과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는 라인업과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간 △안정적 냉방이 필수인 대형 데이터센터 △민감한 고서·유물을 관리하는 박물관·도서관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터미널 △항균·항온·항습이 중요한 대형 병원 등 다양한 시설에 설비를 공급해왔다.



플랙트그룹 로고.

▲플랙트그룹 로고.

특히 대형 데이터센터 공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에너지 절감을 통해 저탄소·친환경 목표 달성이 중요한데 플랙트가 관련 기술 역량을 오랜 기간 쌓아왔다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는 냉각액을 순환시켜 서버를 냉각하는 액체냉각 방식인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분야에서 업계 최고 수준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데이터센터 업계 오스카상'이라고 불리는 DCS Awards 2024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이력도 있다.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외에도 글로벌 톱 제약사, 헬스케어, 식음료, 플랜트 등 60개 이상 대형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트레버 영 플랙트 최고경영자(CEO)는 “100년이 넘는 업력의 글로벌 톱 티어 공조 업체로서 글로벌 대형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플랙트가 이제 삼성전자의 글로벌 사업 기반과 투자를 통해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조사업은 가정과 다양한 상업, 산업 시설에 최적의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온습도를 제어하는 산업이다. 지구온난화,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글로벌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공항, 쇼핑몰, 공장 등 대형 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 규모는 작년 610억달러(약 86조3700억원)에서 2030년 990억달러(140조1800억원)로 연평균 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터센터 부문은 2030년까지 441억달러(62조4200억원) 규모로 연평균 18%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생성형 인공지능(AI), 로봇, 자율주행 확장현실(XR) 등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수요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플랙트 인수를 결정했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이다. 회사가 이미 보유한 빌딩 통합 제어솔루션과 플랙트의 공조 제어솔루션을 결합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방법 등을 구상 중이다.


삼성전자는 가정과 상업용 시스템에어컨 시장 중심 개별공조 제품으로 공조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 공조업체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삼성전자의 기존 판매채널에 레녹스의 판매채널을 더해 북미 공조시장 공략을 강화했다.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 절차를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조 단위 글로벌 M&A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이 회사는 앞서 계열사 등을 총동원해 로봇(레인보우로보틱스), AI(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 메드텍(소니오), 오디오·전장(룬,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 등 성장 산업 관련 기업을 연이어 품어왔다. 다만 계약 규모가 수천억원에 그쳐 '빅딜'에 대한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주주총회,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등을 통해 '대형 M&A를 추진 중'이라는 사실을 수차례 밝혀왔다. 실탄은 현금성 자산을 100조원 안팎 보유했을 정도로 넉넉했다. 한때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설 등이 시장에서 돌기도 했지만 성사시키지는 못했다.


노태문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은 “AI, 데이터센터 등에 수요가 큰 중앙공조 전문업체 플랙트를 인수하며 글로벌 종합공조 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공조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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