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패러다임 전환…SK이터닉스 ‘구조화’ 눈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21 14:53

전국 소규모 발전소 한데 모아 장기 안정적 수익창출

65개 발전소 관련 자산 829억원 규모로 SPC에 이전

적은 자본으로 큰 프로젝트 운영…자본 효율성 주목

SK이터닉스 CI

▲SK이터닉스 CI

수익성이 낮고 변동성도 크다는 평가를 받는 태양광 발전사업에서 SK이터닉스가 '구조화'를 통한 수익 확보를 보여주며 눈길을 끌고 있다.




태양광사업은 그동안 단순히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전력을 한국전력에 판매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단과와 판매가가 정부의 정책에 좌우되면서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 확보가 어렵다는 단점이 뚜렷했다.


SK이터닉스는 이런 태양광 사업에서 '구조화'를 만들어내면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중이다.



태양광 구조화 속도내는 SK이터닉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0일 SK이터닉스는 전국 65건의 태양광 발전소와 관련된 자산과 계약 권리를 다른 회사에 넘긴다고 공시했다.


거래 금액은 829억2000만원이다. 이 자산을 넘겨받는 회사는 '솔라닉스2호 주식회사'라는 이름의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번 거래는 단순한 자산 매각이 아니라, 발전소를 하나의 사업 구조로 묶어 운영 방식과 수익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공시 내용을 보면, SK이터닉스는 2개의 발전소 설비를 넘기고(계약금 90%, 잔금 10%), 나머지 63건은 전력을 팔 수 있는 계약상의 권리를 넘긴다.


SK이터닉스는 이 SPC에 약 248억원을 27년간 빌려주기로 했다. 이자율은 연 6.05%다. 즉, 자산을 넘기면서도 일정 기간 동안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이는 태양광 사업을 구조화한 사례다. 전국에 흩어진 작은 태양광 발전소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사업 단위로 만들고, 이를 통해 전력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짜는 방식이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기보다는 이런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수수료와 용역비, 투자수익 등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발전소를 묶어 운영하는 '구조화'

SK이터닉스는 지난해 처음 시도했던 '솔라닉스1호' 모델부터 태양광 구조화를 시도했다.


당시 SK이터닉스는 전국의 소규모 태양광 발전소 여러 곳을 하나로 묶어 약 40메가와트(MW) 규모의 발전 단지를 구성했다.


이 발전소들은 모두 SPC에 편입됐다. SK이터닉스는 이 SPC의 일부 지분(약 19%)만 갖고, 나머지는 SK가스와 금융회사들이 투자했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발전소들을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역할에 따라 SK이터닉스는 '개발 용역비'라는 이름의 수익을 받는다.


또, SPC가 발전한 전기를 기업에 팔 때 SK이터닉스가 거래를 중개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도 받는다.


이 밖에 SPC 지분에서 나오는 수익과 대여금에 대한 이자도 수익으로 잡힌다.


실제로 솔라닉스1호에서는 개발 용역비로 약 102억원을 받았고, 전기를 팔아서 연간 약 65억원의 매출이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왜 이런 구조가 등장했나

이런 방식이 나타난 배경에는 전기요금 상승과 재생에너지 수요 증가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산업용 전기요금은 크게 올랐다. 기업 입장에서는 전기요금을 예측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약하고 싶어졌다.


또 RE100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이들은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직접 구매(PPA 계약)할 수 있는 방식을 찾고 있다.


구조화된 SPC는 이런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


기업은 SPC와 계약을 맺고, 20년에서 30년 동안 전력을 고정된 조건으로 공급받는다. 이는 전기요금 불확실성을 줄이고, 탄소배출량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발전소를 가진 소규모 사업자 입장에서도, SPC에 자산이나 권리를 넘기고 정해진 수익을 받는 구조는 일정한 장점이 있다.


SK이터닉스는 이 과정을 설계하고 관리하면서 수익을 확보한다.


SK이터닉스의 솔라닉스2호 투자 개요

SK이터닉스의 솔라닉스2호 투자 개요

자본을 적게 들이고 운영 효과는 크게

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자본 효율성이다.


솔라닉스1호 사례에서 SK이터닉스는 1억7000만원만 출자했지만, 전체 SPC 자산은 760억원 규모였다. 즉, 적은 자본으로 큰 프로젝트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번 솔라닉스2호 역시 SK가스가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자금을 분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여러 발전소를 묶어 하나의 SPC에서 운영하면 발전량이 고르지 않더라도 위험이 분산된다.


발전소 한 곳이 문제가 생겨도 전체 수익 구조에는 큰 영향이 없을 수 있다.


SK이터닉스는 올해 안에 솔라닉스3호도 출범시킬 계획이며, 기업들로부터 PPA 계약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생에너지, '생산'보다 '구조'가 중요해진 이유

과거에는 태양광 산업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고 발전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기를 얼마나 잘 팔 수 있는지, 즉 어떻게 계약을 구성하고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SK이터닉스는 발전소를 직접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전력을 거래하는 구조를 설계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구조화 사업은 SK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과도 연결된다.


SK가스는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고, SK E&S는 기업 대상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에코플랜트 등도 관련 분야에서 각각 활동하고 있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SK이터닉스의 이번 구조화 사업이 그룹 내 다른 에너지 사업들과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며 “태양광 발전은 어떤 구조로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팔 것인가가 중요한데 SK이터닉스는 이 흐름에 맞춰 새로운 형태의 사업을 시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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