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건조기 일체형 수요↑…삼성 “국내 점유율 70%”
건조 성능·AI 기능 강화…글로벌 시장 공략도 속도

▲성종훈 삼성전자 DA 사업부 상무가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에 적용된 기술을 소개하는 미디어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로 결합한 '올인원 세탁건조기'가 새로운 대세로 떠오르면서 삼성전자가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은 건조 성능과 편의 기능을 강화한 신제품을 앞세워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입지 확대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22일 서울 중구 기자실에서 '비스포크 AI 콤보' 관련 브리핑을 열고, 올인원 세탁건조기 전략을 공개했다. 성종훈 삼성전자 생활가전(DA) 사업부 상무는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공간 절약과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빠르게 시장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올인원 세탁건조기는 세탁기와 건조기를 하나의 기기로 통합한 제품이다. 기존처럼 세탁기 위에 건조기를 올려 쓰는 '타워형'과는 다르다. 설치 공간을 최대 40% 절약할 수 있고, 세탁 후 자동으로 건조 과정이 이어져 세탁물을 옮길 필요가 없다.
삼성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올인원 제품은 지난해 첫 출시 후 점유율 22%까지 성장했다. 최근 1년간 삼성은 10만대 이상을 판매했고, 자체 집계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올인원 제품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PW컨설팅은 글로벌 올인원 세탁건조기 시장이 2023년 9억8690만달러(약 1조3621억원)에서 2031년 15억9240만달러(약 2조1975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경쟁도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LG전자는 지난해에 이어 연내 신형 올인원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중국 브랜드 로보락도 'H1', 'H1 라이트', 'M1' 등 라인업을 갖췄다.

▲삼성 '비스포크 AI 콤보' 외관. 사진 = 김윤호 기자.
삼성은 제품 성능 차별화로 경쟁 우위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성 상무는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조 성능'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며 “건조 시간을 단축하고 효율을 높였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최근 공개한 2025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국내 최대 용량인 세탁 25kg, 건조 18kg을 구현했다. 외관 크기는 유지하면서도 건조 용량은 전작보다 3kg 늘었다.
열교환기의 핀 배치를 촘촘히 해 전열면적을 8.5% 확대한 것이 건조 성능 향상에 기여했다. 넓어진 전열면적은 습기를 빠르게 제거하고 건조 효율을 높인다.
공기 흐름도 개선했다. 공기가 의류를 통과한 뒤 제품 뒷면 덕트를 따라 열교환기로 바로 연결돼, 공기 순환 효율이 높아졌다.
세탁·건조 시간은 기존 99분에서 79분으로 20분 줄였고, '쾌속 코스'를 활용하면 이 시간 안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마칠 수 있다.
인공지능(AI) 기능도 강화됐다. 'AI 맞춤+'는 세탁물의 무게, 옷감 종류, 오염도 등을 분석해 최적의 세탁·건조 코스를 자동 설정한다. 머신러닝을 통해 옷감 특성을 스스로 학습하며, 소비자 개별 패턴에 따라 맞춤형 세탁이 가능하다. '한벌 코스', '손빨래 코스', 자동으로 문이 열리는 '오토 오픈 도어+' 등 편의 기능도 추가됐다.
삼성은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올해는 신제품 출시 국가를 기존 30여개국에서 인도,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을 포함한 45개국으로 확대했다.
특히 북미 시장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삼성은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 건조 시 습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벤트(Vent) 방식' 제품인 '비스포크 AI 벤트 콤보'를 별도로 출시했다. 북미에서는 약 90%의 가정이 벤트형 건조기를 사용하며, 이 방식은 히트펌프보다 건조 시간이 짧다. 삼성은 캐나다, 멕시코에도 해당 모델을 선보였다.
성 상무는 “북미 소비자들은 에너지 효율보다는 빠른 건조 시간에 더 민감하다"며 “선택지를 넓혀 시장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올인원 세탁건조기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세탁기 시장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