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전동화 시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쏟아지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워드'는 자동차와 관련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관련 업계 동향을 함께 소개해서 독자들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인터배터리 LG에너지솔루션 부스에 전시된 소듐이온 배터리 설명판. 사진=이찬우 기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 1위 중국 CATL이 '소금 배터리'로 불리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공개했다. 배터리와 소금이라는 다소 어색한 조합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닝더스다이)은 지난달 열린 '테크데이'에서 2세대 소듐이온 배터리 '낙스트라(Naxtra)'를 선보였다. 이 배터리는 리튬 대신 나트륨을 주원료로 사용해 '소금 배터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CATL은 “LFP와 달리 저온 환경에서도 성능 저하가 적고, 화재 위험도 낮다"고 강조했다. CATL은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소듐이온 배터리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소듐이온 배터리, 뭐가 다른걸까?
소듐이온 배터리는 리튬 대신 나트륨 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저장·방출하는 방식으로 기본 구조와 작동 원리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유사하다.
가장 큰 강점은 원재료인 나트륨이 지각과 해수에 풍부해 리튬보다 훨씬 저렴하고 공급망 리스크가 적다는 점이다. 탄산나트륨(1톤당 약 27만원)은 탄산리튬(1톤당 약 1300만원) 대비 50분의 1 수준으로 배터리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또 열폭주 위험이 낮아 화재 등 안전성 면에서도 우수하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저온(-40℃)과 고온(70℃) 등 극한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더불어 중금속 사용이 적어 환경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이전까지는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아 전기차 적용에 불리했으나, CATL의 2세대 소듐이온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 175Wh/kg을 달성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는 최근 전기차 시장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LFP(리튬인산철) 배터리(185Wh/kg)와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CATL 제품의 경우 1회 충전 시 500㎞ 주행이 가능하고 5분 급속충전으로 80% 용량을 채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점도 있다. 나트륨 이온은 리튬보다 무거워 충·방전 과정에서 음극(흑연) 구조에 더 큰 스트레스를 주고 이로 인해 수명(충방전 반복 가능 횟수)이 짧은 편이다. 또 아직은 상용화 초기 단계여서 대량 양산 및 다양한 제품 적용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소금 배터리가 시장에 미칠 영향은?
소듐이온 배터리가 본격 양산되면, 전기차와 ESS 등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CATL은 2025년 하반기부터 소듐이온 배터리를 전기차와 상용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리튬, 코발트 등 희소금속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소듐이온 배터리 소재 공급망을 구축해 대량 양산에 유리한 입장이다.
韓 배터리 업계, 개발 상황은?
한국 배터리 업계는 시장을 선점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시장의 트렌드가 LFP로 넘어가면서 기존 NCM에 주력하던 국내 업계가 설 자리를 잃어가는 가운데 또 다른 신제품이 중국에서 나와버린 것이다. 이에 국내 업계는 소듐이온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소듐이온 배터리는 아직 적극적으로 개발 중인 기업이 적다. 국내에선 에코프로비엠, LG에너지솔루션 등이 소듐이온 배터리 샘플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국내 기업들은 리튬망간리치(LMR) 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과 공동 개발한 리튬망간리치(LMR) 배터리를 2028년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LMR은 니켈과 코발트 비율을 10%대로 낮추고, 전 세계에 풍부한 망간 비율을 60~65%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정제가 쉽고 비용이 낮아 가격경쟁력이 높다. 특히 땅이 넓은 미국 시장에서는 LFP보다 LMR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LMR 관련 특허를 200건 이상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LFP에 하이니켈을 섞어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셀 안전성도 LFP 수준으로 유지하는 소재 기술을 확보했다. SK온은 코발트 함량을 줄인 고전압 미드니켈 배터리를 선보이며, 가격경쟁력과 열안정성에서 강점을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