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드바(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국제금값이 한달 넘게 횡보세를 이어가자 향후 시세 전망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CNBC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6월물 국제 금 선물가격은 한국시간 오후 12시 12분 기준, 전장대비 0.70% 하락한 온스당 3342.10달러를 기록 중이다.
2669달러로 올해 첫 거래일을 마감했던 금값은 트럼프 행정부의 잇따른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지난달 21일 3425.30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그 이후부턴 금 시세가 명확한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위아래로 횡보를 이어왔다. 주요 교역국들과 관세 협상이 진전된 것은 금값 하방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진 데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미국 신용등급 강등 등의 영향으로 금값이 최근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현재 금값이 하락하고 있는 배경으론 유럽연합(EU)이 관세전쟁을 피하기 위해 미국과 협상을 가속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26일(현지시간) 진단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EU에 대한 50% 관세를 내달 1일부터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관세 부과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고, 그 결과 50% 관세 조치는 7월 9일로 미뤄졌다.
파울라 핀호 집행위 수석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상 간 전화통화에서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고 정상 간 연락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금값이 그동안 크게 올랐던 만큼 차익실현에 나선 투자자들도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5주 연속으로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국제금값 추이(사진=CNBC)
이렇듯 금 가격이 횡보세를 이어가자 금 시세가 더 오를 여력이 있을지 주목을 받는다. 현재 시장에서는 미국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 달러 약세, 무역협상,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요인들을 예의주시하면서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지난 25일 보고서를 내고 금의 3개월 목표 가격을 온스당 3150달러에서 35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또 올 하반기엔 3100~3500달러 박스권 장세가 예상돼 해당 범위 내에서 매수·매도 기회가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금값이 3100달러선 위에 지지받는 배경에 대해선 불확실성 등에 따른 투자 수요와 중국 및 인도에서 주얼리 수요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현재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5% 가량이 금 투자에 들어가고 있는데 이는 지난 50년간 집계된 수치 중 가장 높다.
또다른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리나 토마스 원자재 전략가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중앙은행들이 매달 금을 매입하고 있다"며 올연말 금값 전망치를 온스당 3700달러로 예측했다.
이어 ETF 투자자들이 금을 다시 주목할 경우 금 가격이 388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마스 전략가는 “중앙은행들만 금을 매입했던 것이 2022년 이후 금값 상승의 핵심 요인이었지만 이제는 ETF 투자자들도 동참하고 있다"며 “두 측에서 같은 금을 놓고 경쟁하기 때문에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씨티그룹은 장기적인 금 시세 전망에 대해선 신중론을 펼쳤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경기 회복이 예상되는 데다 가계 금 보유량이 50년래 최고 수준까지 올랐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는 금값 상승 요인으로 작용되지만 이번엔 금리 인하로 경기가 부양되면 투자자들이 주식 등 위험자산에 주목하게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