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트진로 新백년대계 (중)
서민형 마트부터 대형 쇼핑몰까지 유통채널 다양화
법인 소속 MD 현장 파견, 편의점 등 가정시장 관리
현지 유통사와 협업…물류 사각지대까지 진로 공급
한국인이 즐겨 찾는 국민주 '소주'가 세계인의 술로 도약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는다. 소주 명가로서 지난 100년의 역사를 기반으로 올해 새로운 백년대계의 출발을 알린 하이트진로가 방향키를 잡았다. 2016년 선언한 슬로건 '소주의 세계화'를 넘어 하이트진로가 그리는 또 다른 청사진은 지난해 천명한 '진로의 대중화'다. 난공불락의 해외 시장 진입장벽을 허물고, 교민뿐 아니라 현지인에게도 먹히는 주류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핵심 공략 국가인 필리핀 중심으로 지금도 현재진행형인 하이트진로의 해외 현지화 전략을 3회차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필리핀 마닐라 퓨어골드 매장 내 주류 매대에 진열된 하이트진로의 진로소주. 사진=조하니 기자
[마닐라(필리핀)=조하니 기자] 지난 21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에 위치한 대형마트의 주류 매대에 눈에 익은 소주 제품이 가득히 자리잡고 있었다 . 빨강·노랑·초록 등 색깔의 상품명 'JINRO'가 선명하게 찍힌 진로소주, 참이슬 광고모델 가수 아이유 사진의 띠지와 패키지 박스를 몸에 두른 참이슬소주 등이 한국 소주의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매대 대부분을 진로소주가 차지한 반면, 경쟁사 제품은 매대 아래에 배치돼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날 방문한 대형마트는 필리핀 3대 소매채널의 하나인 '퓨어골드(Puregold)'의 점포이다. 퓨어골드는 높은 접근성 덕분에 서민층이 애용하는 현지 최대 규모의 슈퍼마켓 체인인 동시에, 중간 도매 역할을 맡는다. 필리핀 전통 소형 소매점인 '사리사리 스토어(Sari-Sari Store)' 등이 이곳에서 소주를 구매해 추가 금액을 붙여 되파는 방식이다.
진로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만큼 현재 하이트진로는 마닐라 지역에만 6명의 MD직원을 운영하며 가정 채널을 특별 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퓨어골드나 세븐일레븐 등 마트·편의점 위주로 제품·고객 관리, 시장 변화 점검 및 후속 조치 등을 담당한다.
이날 만난 하이트진로 필리핀법인 소속 '마리 필 레예스(42) MD'는 “통상 21세~30세 젊은 층이 소주를 많이 마시고, 가장 제품이 많이 나가는 곳은 오피스 상권과 주택가 인근 슈퍼마켓"이라며 “5년 전 대비 퓨어골드와 세븐일레븐의 소주 판매 속도가 빨라져 꾸준히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에서 진로의 현지화가 가능케했던 요인으로는 유통채널을 다양화한 것이 주효했다.
퓨어골드 외에도 하이트진로는 △필리핀 최대 유통사 PWS △아시아 3위 규모 대형 쇼핑몰 SM Mall of Asia 운영사인 필리핀 유통업체 SM그룹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S&R △전국 4000개 점포를 갖춘 세븐일레븐 등과 전략적 제휴를 맺어 접근성 높은 유통 환경을 구축했다.

▲하이트진로의 필리핀 유통 협력사 K&L 강정희 대표(가운데), 박요출 팀장. 사진=조하니 기자
필리핀 소비자들의 일상 속으로 소주를 전파하는 데 현지 유통 협력사의 공도 컸다. 하이트진로는 교민이 운영하는 K&L을 통해 한국 식당·유흥업소·마트·슈퍼·편의점에, 또 PWS를 통해 로컬 식당·대형마트·주류 전문점·유흥업소 위주로 진로 소주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진로만 단독 취급하는 K&L의 영업력을 등에 업고 물량 공급이 어려운 곳까지 소주를 확산시키고 있다. 필리핀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져 물류가 까다로운 편이다. 다만, 필리핀 전역 편의점에서 제품을 보급하고 있는 상황으로, 심지어 산꼭대기도 관광버스 등에 소주를 실어 배달이 가능하다.
K&L 관계자는 “초기에는 물류 창고 한 곳에서 판매 전체를 담당했으나, 추가 지사를 만들 만큼 물량이 증가세"라며 “클락 지역에만 월 10컨테이너(1컨테이너당 1260박스, 1박스 당 20병)이상 판매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K&L은 마닐라(본사)·팜팡가(북쪽)·세부(남쪽) 3곳에서 지사를 운영 중이다. 이 밖에 지사가 없는 곳은 팜팡가 지역을 거점으로 북쪽 끝까지, 또, 남쪽 세부를 통해 보라카이 등까지 물류를 진행하고 있다.
물류창고 규모의 경우 마닐라는 약 2500스퀘어, 팜팡가와 세부는 각각 1500스퀘어, 500스퀘어 수준이다. 1000스퀘어 규모의 창고 하나 당 36컨테이너 적재가 가능하다. 4~5개월분의 재고를 보유 중이며, 현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한다. 전체 판매 물량에 대한 예상치를 잡아 필리핀법인에 주문한 뒤 물건을 받아 거래처로 발송하는 구조다.
K&L 관계자는 “매년 진로 판매량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만든지 5년차가 된 팜팡가 지사는 설립 3년 차부터 두자리 수 성장을 유지하고 있고, 세부의 경우 2~3년 후 두자리 수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필리핀 마닐라 K&L 본사 물류창고에서 직원들이 트럭에 진로 소주 박스를 적재하고 있다. 사진=조하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