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호조 현대차·SK하이닉스 임단협 앞두고 노사 기싸움
억대 연봉에도 기본급 8% 인상 요구, 정년연장 카드까지
한국지엠 노사갈등 시한폭탄, 조선·철강 기본급인상 초점
여당 노동권 강화 노란봉투법 추진에 하투 영향 여부 관심

▲자료사진. 현대차 울산공장 투싼 생산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산업계 주요 기업들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이 달린 '하투(夏鬪)'를 앞두고 여느 때보다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 중국 업체들의 거센 추격, 경기 침체 우려 등 글로벌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음에도 노조가 '정년 연장' 등을 앞세워 사측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친노동 성향의 이재명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하투 협상 전개 과정이 새 정부의 노동정책을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계는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9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달 중순 상견례를 열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할 예정이다.
노조는 앞서 △기본급 월 14만1300원 인상 △정년 최장 64세로 연장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통상임금의 750%→900% 확대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요구안을 확정했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6년 연속 파업 없이 단체교섭을 타결했다. 노조가 성과에 기반한 현실적인 요구안을 제시하면 사측이 이를 수용한 결과다.
다만, 올해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 위축, 관세 리스크 등 여파로 무리한 임금 인상이나 성과급 지급 결정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 역시 연말 집행부 선거를 앞두고 정년 연장 등 다소 과격한 제시안을 내놓고 있어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역대급 실적'을 내고 있는 SK하이닉스 상황도 비슷하다. 노조가 △임금 8.25% 인상 △연봉 상한선 상향 △초과이익분배금(PS) 배분율 상향 등 다소 파격적인 금전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 회사 직원들의 작년 기준 평균 연봉은 약 1억1700만원이다.

주요 기업 노조 올해 임단협 요구사항
▲자료=각사
철수설에 휩싸인 한국지엠 노사는 시한폭탄을 들고 있다.
노조가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당기순이익 15%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의 500% 격려 지급 등 수용하기 어려운 안을 선보이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철수설 종식을 위한 신차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들어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조선·철강 업계는 기본급 인상에 집중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노조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안을 사측에 각각 제안했다. 정년도 65세로 늘리자고 언급했다. 포스코는 기본급 7.7% 인상 등을 핵심으로 한 요구안을 내놨다.
산업계는 올해 임단협에서 '노동조건 개선'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전개 과정과 그 결과에 따라 향후 가시화될 이재명 정부의 노동정책과 직,간접적 영향을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정년 연장, 주 4.5일제 등을 노조가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한다. 정년 연장을 위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한 현대차,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이 대표적이다. 임금 삭감 없이 금요일 근무를 4시간 단축하자는 현대차 노조의 주장은 이 대통령의 '주 4.5일제' 공약도 닮았다.
일각에서는 국회에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통과된 이후 산업계에 하투(夏鬪) 기류가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개정안은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의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게 골자다. 기업들은 임단협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노조가 '묻지마 파업'을 벌이거나 2·3차 협력업체가 단체행동에 나타나는 현상 등을 걱정하고 있다.
임인영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최근 기고문에서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원청이 하청노조에 대한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경우가 결코 적지 않으리라 전망된다"며 “우리는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노사관계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