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김용균씨 사망사고 이후 7년만에 또 같은 발전소 사고
한전KPS 2년간 세 번째 사망사고…소년공 출신 대통령 ‘안전 의지’ 시험대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유족 만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엄중 처리” 밝혀
우원식 국회의장도 유족과 면담, 정치권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태안화력발전소 사고 희생자 고(故) 김충현 씨와 관련해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유족, 사고 대책위 관계자로부터 요구안 서한을 직접 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하루 전인 지난 2일 발생한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의 사망사고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시사하며 '소년공 출신 대통령' 이재명 정부의 노동현장 안전 강화의지를 내비쳤다.
9일 대통령실 및 전력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태안화력 산재 사망자 김충현 씨의 유족을 직접 만나 “중대재해처벌법을 포함한 관련 법에 따라 엄중히 처리하겠다"며 “그 누구도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8일 사고 현장을 직접 방문, 유가족과 면담을 진행하며 정치권 차원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발전설비 정비업체 한전KPS의 하청업체인 한국파워O&M 소속의 고 김충현 씨는 대선 하루 전이던 지난 2일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보일러설비 정비 중 공업용 선반 기계에 끼어 숨졌다. 이 발전소에서는 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인 고 김용균 씨가 작업 도중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한전KPS는 고용노동부의 산재승인일 기준으로 최근 2년간 3건의 노동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신서천 사업소와 서울 송변전 지사에서 각각 한 건씩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태안화력 사고가 소년공 출신으로 노동자의 삶을 이해한다는 이재명 대통령 집권 하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중대재해를 바라보는 정부의 '진정성'에 대한 시험대라는 평가도 나온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공공기관에도 적용되며, 경영책임자가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해 중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법 적용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향후 한전KPS 경영진에 대한 형사 책임 추궁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사진=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
이 대통령은 사고 다음 날 페이스북에 “6년 전 김용균 군이 세상을 떠난 그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또 일어났다. 분명한 것은 이 죽음 역시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라며 “관계 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로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히고, 위법 사항이 드러날 경우 책임자까지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에 대해 “태안화력발전 사고에 대해서 수사 중에 있고, 조만간 특별근로감독에 준하는 감독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사고를 둘러싸고 한전KPS와 발전소 운영 주체인 한국서부발전 간의 책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사고가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 내 한전KPS의 정비동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서부발전 측은 “정확한 원인에 대해 관계기관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서부발전은 사고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발방지를 위해 필요한 개선조치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공공기관의 무책임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한다. 한 노동안전 전문가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솔선수범해야 할 공공기관에서조차 법이 무시된다면 이는 법치의 위기"라고 지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성명을 통해 “故김용균 노동자의 죽음 이후에도 고위험 현장의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며 “이는 단순 사고가 아닌 방조된 구조적 살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하청 구조와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번 사건을 두 기관의 책임 공방을 넘어, 반복되는 중대재해의 구조적 책임과 정부의 대응 의지를 실제로 가늠할 수 있는 사건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