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로봇청소기 국내시장 장악, 반려로봇으로 공세 강화
삼성 볼리·LG Q9 등 AI·보안성 차별화로 하반기 반격

▲로보락이 최근 선보인 '로봇 팔'을 탑재한 신제품 '사로스 Z70'
로봇청소기에서 반려로봇까지, 생활 속 로봇 가전 시장을 둘러싼 한국과 중국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로봇청소기 분야에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은 이제 인공지능(AI) 기반 반려로봇 시장으로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맞서 국내 기업들도 신제품 출시를 예고하며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는 로봇 가전 시장에서 정면 승부에 나선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업체들은 로봇 가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특히 로봇청소기 부문에서 이미 압도적인 존재감을 확보했다.
최근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은 로보락과 에코백스가 주도해왔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로보락은 지난해 기준 판매량 점유율 16.0%, 매출 점유율 22.3%로 모두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에코백스는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한 뒤, 유럽과 북미, 한국 등 선진 시장으로 빠르게 진출해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초기에는 '가성비'를 앞세운 전략으로 빠르게 저가 시장을 공략했고, 이후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며 기술적 경쟁력을 강화해왔다.
예컨대 로보락은 최근 5축 접이식 로봇 팔 '옴니그립'을 탑재한 신제품 '사로스 Z70'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300g의 물체를 들어 옮길 수 있고, 주변 환경을 감지해 자동 제어가 가능하다.
로봇청소기 시장을 선점한 중국 업체들은 다음 단계로 반려로봇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하이센스는 올해 AI 기반 반려로봇 '할리'를 출시할 계획이다.
IFA 2024에서 처음 공개된 이 로봇은 인형 형태의 외형에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갖췄으며,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고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됐다.
TCL도 CES 2025에서 유모차를 탄 아이 형태의 반려로봇 '에이미'를 선보이며, 내년 출시를 예고했다. 이 로봇은 AI 스마트홈 기술을 적용해 세탁이 완료되면 알려주고, 차량 히터를 사전에 작동시키는 등 실생활 밀착형 기능을 탑재했다.
중국 업체들이 로봇 가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시장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은 2015년 8억1000만달러(약 1조원) 규모에서 올해 49억8000만달러(약 7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다른 조사기관 리서치앤마켓은 글로벌 가정용 반려로봇 시장이 2023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25.7% 성장해 566억9000만달러(약 78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1인 가구 증가와 고령화는 반려로봇 수요를 급증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외로움 해소와 건강 모니터링 기능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독거노인·청년 1인 가구·장애인 등 사회적 고립 위험 계층에서 반려로봇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인 AI 반려로봇 '볼리'
국내 기업들도 로봇 가전 시장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로봇청소기와 반려로봇 신제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다만 로봇청소기 분야에서는 이미 중국 업체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여서, 반전을 위한 기술 차별화와 신뢰성 강화가 핵심 전략으로 꼽힌다.
양사는 특히 '보안성'을 차별화 요소로 강조할 계획이다. 실제로 로보락은 올해 초 개인정보 수집 정책에 외부 기업 공유 항목이 포함돼 논란이 됐으며, 에코백스 역시 지난해 로봇청소기 해킹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이에 비해 삼성과 LG는 스마트가전 전반에서 축적된 보안 기술력을 자사 로봇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에 자체 보안 플랫폼 '녹스'를 탑재해 악성코드나 불법 접근에 대한 방어 기능을 제공한다.
LG전자 역시 'LG 표준 보안개발 프로세스(LG SDL)'를 적용해 최고 수준의 보안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반려로봇 시장에서도 삼성과 LG는 주도권 확보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중 AI 반려로봇 '볼리'를, LG전자는 연내 이동형 AI 홈허브 'Q9'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 제품은 가전기기 연동, 상황 맞춤형 조언, 감정 교감 기능 등을 탑재해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다만 고가 정책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LG의 반려로봇은 수백만원대에 책정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중국 제품은 이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접근성 측면에서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국내 가전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사양이나 가격 등은 확정된 바 없다"며 “제품이 윤곽을 드러내는 시점에 맞춰 적절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