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추가 인하 전망, 보험손익 부진 지속
단기간 내 실손보험·펫보험 등 실적 개선 난항

▲손보사들의 실적 성장세 둔화가 꺾인 모양새다.
지난해 빛나는 성과를 냈던 손해보험사들이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자연재해라는 변수를 제외해도 발목을 잡는 요소가 많다는 이유다. 지난 정부와 새 정부가 개화를 돕는 신사업이 있지만, 주력 사업에서 고전하는 것도 문제다.
1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 2분기 별도 기준 삼성화재·DB손해보험·현대해상·한화손해보험의 당기순이익 총합은 1조4077억원으로 예상된다. 4사 모두 실적이 하락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13.1% 가량 낮게 형성된다는 것이다.
영남 지방을 덮친 산불, 어린이 독감 환자 급증, 폭설에 의한 자동차사고 증가 등의 악재가 많았던 1분기보다는 나은 상황이지만, 자동차보험료 하락이 본격 적용된 것을 비롯해 향후 수익성을 저해하는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는 평가다.
하반기에도 큰 기대를 걸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포함한 올해 주요 보험사의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도 대부분 전년과 유사하거나 낮다. 일부 기업은 20% 수준의 하락도 점쳐진다.
일반보험의 경우 여름철 장마로 인한 농경지·주택가·차량 침수사고가 손해율을 높일 수 있다. 올해도 이번달 중순부터 약 한달 가량 장마가 예상되고, 보험금 청구는 3분기를 전후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경기 활성화를 목적으로 지난달말 기준금리를 내린 데 이어 하반기 추가 인하를 시사한 것도 악재다. 금리가 낮아지면 신규 채권의 이자수익 감소로 자산운용 수익성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전체 실적에서 투자손익의 비중이 커진 만큼 과거보다 더욱 아프게 다가올 공산이 크다.
부채의 현재가치가 불어나 요구자본이 커지면 신지급여력비율(K-ICS·킥스)도 악영향을 받는다. 업계는 금융당국이 킥스 권고기준을 150%에서 130%로 낮췄으나, 사실상 금리 인하에 따른 비율 인하폭과 상쇄되는 수준으로 보고 있다. 사실상 부담 완화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정부 차원에서 보험산업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결실을 맺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이륜차 번호판 부착 의무화 △반려동물 치료비 경감을 위한 표준 수가제 도입 △사이버 보안 강화 등 새 정부의 공약을 보험사의 수익성에 일조할 요소로 꼽았다. 2023년 기준 51.8%에 머물렀던 이륜차 보험가입률을 끌어올리면 보험 수요도 커지면서 시장이 성장한다는 논리다. 임 연구위원은 보험가입률 100% 달성시 시장이 1조원 규모로 기존 대비 2배 가량 성장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배달을 비롯한 유상운송의 보험료가 일반 이륜차 대비 대폭 높은 것은 걸림돌이다.
임 연구위원은 월 보험료 3만원, 가입률 50% 가정시 펫보험 신계약 시장이 1146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100%에 도달하면 연간 보장성 신계약 시장의 25% 수준의 성장 여력이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55만원에 달하는 연평균 보험료가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가입률이 1.7%에 불과했던 까닭이다. '모럴해저드'가 발생했던 것도 보험료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지난 정부에서 반려동물 진료항목과 진료비 표준화에 나섰고 업계에서도 소액·단기상품을 출시하며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으나, 표준 수가가 정착되고 보험료가 낮아질 때까지 가입률 향상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비급여·실손보험 개혁도 시기의 문제일 뿐 방향성은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도 건강보험 악화를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실손보험 손해율 개선이 3~4세대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되는 내년 하반기부터 이뤄질 공산이 크고, 2028년을 전후로 2세대 후반 가입자들의 재가입 주기가 도래하면 이같은 효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환을 앞둔 계약자들의 보험료 청구가 급증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조단위 성과가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3~4세대 가입자는 1~2세대 보다 적지만 아직 보험료 조정이 덜 이뤄진 까닭에 손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을 중심으로 손실이 줄어들면 손익 개선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둔화·내수경기 침체 등 비우호적인 매크로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수익성 높은 신상품 개발을 필두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고 있으나, 실적 향상이 녹록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