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 ‘美 남동부, 데이터센터 대응 위해 가스화력 20GW 이상 증설’
“탄소중립 시대에도 전력 수요는 급증, 데이터센터·AI 확산이 수요 더욱 가속화”
분산형 발전 확대, 에너지 수요예측 고도화, 산업 맞춤형 계약제 도입, 계통 투자 필요

AI와 데이터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며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남동부 지역이 가스화력 발전 대규모 증설에 나서며 한국에도 중장기적 전력 수급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는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탄소중립 시대에도 전력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AI산업 확산이 이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미국 사례는 향후 한국 에너지정책 수립에 중요한 교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에너지시장도 'AI 수요 폭발' 직면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 등 남동부 4개 주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2040년까지 20GW 이상 가스화력 발전소를 증설할 계획이다. 전통적인 석탄화력의 폐쇄와 맞물려, 데이터센터로 인한 신규 부하 증가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한국 역시 닥쳐올 에너지 수요 폭증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정책적 방향 설정이 시급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국내에서도 AI산업 특화단지와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으며, 송전망 부족·기저전원 유연성 저하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사례는 재생에너지로는 단기 수요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은 태양광·풍력 확대에도 불구하고 급격한 수요에 가스화력을 택했고, 이는 한국에서도 가스터빈·SMR(소형모듈원전) 등 유연한 대응전원 확보 필요성을 제기한다.
또한 미국 공화당이 추진 중인 '예산 조정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이 자국 내 배터리, 수소, 전력 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가스발전 확대의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한 하원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제공되던 청정에너지 세액공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해당 법안을 5월 셋째 주 한 표 차이로 통과시켰다.
법안이 최종 제정될 경우, 연방정부의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배터리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 내 배터리 생산시설은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로 인해 배터리 가격이 급등한 바 있다. 일시적으로 일부 관세가 완화되긴 했지만, 배터리 관련 관세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전력기업은 전력 수요 증가나 기후 이상현상에 대응하기 위해 발전소 및 송전망 투자 확대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전기 요금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청정에너지 산업 전반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법안은 태양광, 풍력, 지열 등 저탄소 전력원에 대한 세액공제 폐지를 포함하고 있어, 미국 내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를 높이고 전기요금을 더욱 끌어올릴 수 있다.
2025년에 발표된 연구들에 따르면, 관련 세액공제가 폐지될 경우 미국 가정의 연간 에너지 요금은 최대 400달러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또한 미국 내 LNG발전의 확대를 뒷받침하는 배경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과 달리 기후목표 달성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 한국으로선, 단순한 발전소 증설보다 수요관리, 에너지효율 향상, 분산에너지 도입 확대, 전력시장 유연화 등의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전기요금 현실화와 계통 투자 병행 필요
또 하나의 시사점은 전기요금 문제다. 미국 내 분석에 따르면, 가스화력 증설은 가정용 전기요금을 연간 170~~440달러(약 22만~~58만원)까지 인상시킬 수 있으며, 규제기관이 제때 개입하지 않으면 소비자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세계에너지시장 인사이트
에경연은 “한국도 저렴한 전기요금 유지 기조가 에너지전환 투자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만큼, 요금 현실화와 에너지복지의 조화가 절실하다"며 “특히 AI와 반도체 중심 산업구조에서 전력가격이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전략 설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은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시대에선 단순 발전원 교체가 아닌 에너지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며 지역 분산형 발전 확대, 에너지 수요 예측 고도화, 산업 맞춤형 전력계약제도 도입, 전력계통 투자 속도 제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가스화력에 의존하기보다, 국내 여건에 맞는 '실용적 에너지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에너지요금 현실화와 시스템 유연성 제고를 위한 정책 정비가 시급하며, 신재생에너지 확대 속도와 연계한 계통보강, 연료다변화 전략도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리포트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