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확대에 전력계통 붕괴 위기…“LNG발전 중요성 더욱 거져”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18 17:54

신재생에너지 전력입찰량 2020년 134GWh→2024년 1120GWh

태양광·풍력 날씨 따라 발전량 변동, 전력 수요와 공급 불일치 초래

LNG발전 등 유연성 전원으로 겨우 버텨, “시스템 안정 보상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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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발전협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18일 개최한 '전력시스템 위기와 민간발전의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손양훈 인천대학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전력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한 전력계통이 불안해질 것을 우려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등 유연성 전원과 민간 발전의 역할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민간발전협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18일 개최한 '전력시스템 위기와 민간발전의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전력전문가들은 재생에너지의 급격한 증가로 전력계통 불안이 날로 심화되고 있어 스페인 정전이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고 공감했다.


전력통계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신재생에너지 전력입찰량은 2020년 134GWh에서 2024년 1120GWh로 8배 이상 증가했다.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는 날씨 조건에 따라 발전량이 크게 변동하기 때문에 예측과 관리가 어렵고, 전력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초래해 전력계통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


태양광 발전은 햇빛이 강한 낮 시간에만 발전이 가능하고, 풍력 발전은 바람이 불어야 발전이 가능하다. 이처럼 재생에너지는 전력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면 과잉 발전이나 발전 부족으로 이어져 전력계통의 불안정을 야기한다.




손양훈 인천대 명예교수는 “전통적으로 전력시장은 '경제급전'과 'merit order(한계비용이 낮은 발전기부터 투입)' 원칙으로 운영되었으나,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면서 전통 전원들은 재생에너지로 인한 계통 불안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전락했으며, merit order는 그 역할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손 교수는 이어 “송전망 건설이 어렵고 저장장치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유연성 전원(가스+석탄)으로 구성된 민간발전은 들쑥날쑥한 '재생에너지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가동중지와 재가동을 반복하는 가혹한 운전을 수행하면서 설비 정비비용 증가와 수명 단축 등 상당한 손실을 입고 있다"며 “하지만 계통안정화 기여에 대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용량가격(CP) 인상 등 계통안정 기여도를 반영한 보조서비스 보상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상민 한국공학대 교수는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브릿지 전원이자 에너지 시스템의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는 LNG발전의 역할을 강조하며 LNG발전의 적정 활용을 위한 정책 및 로드맵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최근 유럽에서도 산업 경쟁력 약화와 재정지출 불균형에 직면하여 탄소감축 수단과 탄소중립 경로 등에 대한 보다 유연한 접근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러-우 전쟁과 스페인 정전사태를 겪으면서 에너지 안보와 예상치 못한 위험에 대한 대응력과 회복력의 중요성이 재확인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보완재로서 가스 발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LNG발전의 적정 활용을 위해 유연성·관성·예비력 제공 기능에 대한 시장기반 보상체계 정비와 LNG발전의 전환 로드맵 설계, 수소기술 개발 및 상용화, 산업화 추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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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이 민간발전협회와 한국자원경제학회가 18일 개최한 '전력시스템 위기와 민간발전의 역할'이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토론자로 나선 전우영 전남대 교수는 “신정부의 핵심 에너지정책인 에너지고속도로를 통한 재생에너지 확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신뢰할 수 있는 백업전원으로 LNG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언급하고, 우리와 같은 독립계통을 가진 대만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30%에 LNG발전 50%를 계획하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의 보완재로서 LNG 발전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스페인 정전사태는 관성확보를 통한 계통 강건성 유지와 사고시 빠른 복구를 위한 회복 탄력성의 중요성을 보여줬는데, 이점에서도 LNG발전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신 C2S 대표는 “스페인 정전은 태양광의 과잉 변동성을 제어할 관성의 부족에 따른 전력망 붕괴에 대처하지 못한 인재(人災)로, 현재 재생에너지를 줄이고 전통 발전원을 늘려 운영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 이후 안정적 전력공급이 가능한 발전소가 핵심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변동성 재생에너지 증가와 전력망 건설 지연으로 민간 발전사들이 출력제한과 빈번한 가동정지, 설비 가동률 저하와 수익률 하락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전력시장 여건의 급속한 변화를 반영해 시장의 가격기능 회복, 유연성 자원의 시장가치에 상응하는 보상체계 마련 등 시장 친화적 운영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홍근 전력거래소 부이사장은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경직성 전원의 비중 증가와 전력망 부족으로 촉발된 전력시스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경제적인 무탄소 전원믹스로 가는 국가적 청사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홍종 자원경제학회 회장(단국대 교수)도 우리나라 전력시스템이 시스템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인정했다.


조 회장은 “재생에너지 증가로 인한 리스크를 통제하고 AI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Firm 전원(날씨나 시간에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인 LNG발전의 기여도를 인정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 세계가 AI를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도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 전략산업단지, AI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을 하루바삐 마련해 미래 세대에게 안정되고 번영된 미래를 물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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