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룡’ 쉘, 경쟁사 BP 인수설 부인…거대 빅오일 탄생 무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26 09:10

“거래 성사시 유럽 역사상 최대 합병”…BP 주가 상승분 반납

BP-M&A/SHELL

▲(사진=로이터/연합)

글로벌 석유공룡 쉘이 경쟁사인 BP(브리티시페트롤리엄)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소식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25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쉘이 BP를 인수하기 위해 초기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사 간 협상 논의는 활발히 진행 중이지만 인수 조건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며 실제 인수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고 WSJ는 덧붙였다.


쉘은 지난 2022년 본사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영국 런던으로 옮기고, 사명도 로열더치셀에서 쉘로 바꿨다. BP 역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쉘과 BP는 한때 회사 규모나 사업 범위, 글로벌 위상 등이 서로 비슷해 대등한 경쟁 관계를 보였지만 몇 년 전부터 BP가 밀리기 시작했다. 버나드 루니 전 최고경영자(CEO)가 저탄소 에너지전환 전략을 너무 빨리 시행해 BP의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다. 실제 루니 전 CEO는 2020년 당시 석유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판단해 친환경 사업을 늘려 '2050년 넷제로 달성'이라는 파격적인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BP와 쉘의 시가총액은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이는 최근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인베스트먼트가 공격 대상으로 삼은 빌미가 되기도 했다. CNBC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엘리엇은 BP 지분을 5% 넘게 확보한 상태다.




루니 전 CEO는 결국 2023년 9월 사임했고 그 뒤를 이은 머리 오친클로스 CEO는 이라크 화석연료 프로젝트 재개발을 위한 협상, 재생에너지 자산 매각, 직원 5% 감원 등 변화에 나섰지만 투자자들과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역부족이란 반응이 나온다. BP 주가는 지난 1년간 22% 가량 폭락했다.


생키 리서치의 폴 생키 애널리스츠 총괄은 “석유 기업을 재생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하려는 BP의 시도는 확실히 중대 실수였다"며 “두 사업 간 자본 비용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절대 (재생에너지에) 접근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CNBC에 말했다.


반면 쉘은 비용 삭감, 재생에너지 사업 축소, 화석연료 확대 등에 주력하면서 수익성 개선에 집중해왔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쉘의 시가총액은 2102억달러로, 사우디아람코 등 국영 석유기업을 제외한 글로벌 빅오일(거대 석유기업) 중 엑손모빌(4670억달러), 셰브런(2481억달러)에 이어 3번째로 크다. BP 시총은 822억달러다.


쉘가 BP의 인수·합병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유럽 역사상 가장 큰 기업 간 합병이 될 것이며 석유업계가 재편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는 또한 1998년 미국의 엑손이 830억달러로 모빌을 인수·합병한 이후 가장 큰 에너지 기업 간 합병이 될 수 있다.


다만 쉘은 인수 협상 중이라는 WSJ 보도를 부인했다.


쉘 대변인은 “이것은 또 다른 시장의 추측이다. 현재 진행 중인 협상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전에 여러 차례 말했듯, 우리는 성과, 규율, 단순화에 계속 집중하면서 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 인해 뉴욕증시에서 BP 주가는 장중 한때 10% 급등했지만 쉘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히자 결국 1.64% 상승 마감했다.


다만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은 쉘이 BP 전체를 사들이는 대신 BP가 분할된 후 매각될 가능성이 더 높다고 CNBC에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도 쉘이 BP를 인수할 가능성에 대해 지난 5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소식통은 쉘이 자문사들과 함께 BP의 인수 가능성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이때 인수 합병 성사의 여부에는 BP 주가와 국제유가가 핵심 변수로 꼽혔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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