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의 카워드] 친환경 뉴트렌드 EREV 무엇이길래… 국내외 완성차 ‘개발 경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6.27 11:35

급변하는 전동화 시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쏟아지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워드'는 자동차와 관련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관련 업계 동향을 함께 소개해서 독자들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17일 열린 KGM FORWARD 행사 화면에 전기차 단점이 나열돼 있다. 사진=이찬우 기자

▲지난 17일 열린 KGM FORWARD 행사 화면에 전기차 단점이 나열돼 있다. 사진=이찬우 기자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친환경차 EREV(주행거리 연장형 자동차)에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 등 국내 업계뿐만 아니라 중국, 미국, 유럽 등의 여러 기업들이 EREV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2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제네시스 전기차 신형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 특히, 이 플랫폼에선 EREV까지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REV란 무엇인가

EREV(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는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기반으로 주행하지만, 배터리가 부족할 때 내연기관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하여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적용한 차량이다.


즉 엔진은 바퀴를 직접 돌리지 않고 오로지 전기를 생산하는 데만 쓰이며, 차량의 구동은 항상 전기 모터가 담당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EREV는 '발전기를 단 전기차'로 불리기도 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EREV는 순수 전기차(BEV)의 정숙성과 즉각적인 가속 성능을 유지하면서도, 한 번 충전과 주유로 1000km 이상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와 차이점

전기차(BEV), 하이브리드차(HEV/PHEV), 그리고 최근 주목받고 있는 EREV는 모두 친환경차로 분류되지만 구동 방식과 에너지 관리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전기차는 오직 배터리와 전기 모터만으로 주행한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반드시 외부 충전이 필요하며,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일반적으로 400~600km의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하이브리드차(HEV/PHEV)는 내연기관 엔진과 전기 모터가 모두 '바퀴를 구동'할 수 있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는 배터리를 외부에서 충전할 수 있고, 배터리 소진 시에는 엔진이 직접 차량을 움직인다. 이로 인해 연료와 전기를 모두 사용할 수 있어 주행거리가 600~1000km에 달한다.


반면 'EREV'는 항상 전기 모터로만 주행한다는 점에서 BEV와 유사하지만 배터리가 부족할 때 내연기관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해 배터리를 충전한다.


즉, 엔진은 바퀴를 직접 돌리지 않고 오로지 전기 생산에만 사용된다. 이 덕분에 EREV는 중~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한 번 충전과 주유로 900~1300km에 달하는 장거리 주행이 가능하다.


'충전 스트레스' 적고, 전기차보다 저렴

EREV의 가장 큰 강점은 '주행거리 극대화'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와는 비교가 안되는 10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확보했기 때문에 충전 빈도가 전기차 대비 훨씬 적다.


이는 '충전 스트레스 해소'와도 이어진다. 특히 EREV는 배터리가 부족할 때 주유만으로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다. 엔진이 전기모터를 충전하는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엔진에 기름을 넣는 것만으로도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 역시 주목할 만하다. EREV는 대용량 배터리가 필요하지 않아 전기차 대비 원가 부담이 낮고, 하이브리드보다 더 큰 배터리로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경험을 제공한다. 이로써 친환경차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미 치열한 '글로벌 개발 경쟁'

이처럼 많은 장점을 가졌기에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시장의 선두주자는 역시 중국이다. 중국의 리오토(Li Auto)는 2024년 한 해에만 50만대에 가까운 차량을 판매하며, EREV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리오토의 L7, L9 등 대표 모델은 1000km가 넘는 주행거리를 자랑하며, 올해에는 중국 내 EREV 판매가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정부 역시 EV, PHEV, EREV를 모두 '신에너지차'로 분류해 정책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과거 GM의 쉐보레 볼트, BMW i3 Rex 등 EREV 모델이 출시됐고, 최근에는 미국 픽업트럭 브랜드 Ram의 1500 Ramcharger, 폭스바겐의 Scout Motors 등 SUV·트럭 중심의 신형 EREV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 산하 스카우트는 800km 이상 주행 가능한 EREV SUV와 픽업트럭을 2026년 출시할 예정이며, 사전예약의 70% 이상이 EREV 버전에 집중되는 등 시장의 높은 관심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GMC 역시 EV 픽업에 '익스텐디드 레인지' 옵션을 추가해 소비자 선택지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그룹에 이어 KGM까지 '도전장'

국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2026년 말부터 북미·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EREV 양산에 돌입해 2027년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V70, 싼타페 등 중형 SUV부터 EREV를 적용하고, 이후 픽업트럭 등 다양한 차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들 모델은 기존 전기차 대비 배터리 용량을 약 30% 줄이고, 소형 고효율 엔진과 AI 기반 배터리 관리 시스템을 적용해 가격 경쟁력과 효율을 높일 예정이다. 연간 11만대(북미 8만, 중국 3만) 판매 목표를 세웠으며, 2030년까지 EREV를 포함한 전동화 라인업을 21개 모델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최근엔 KG모빌리티(KGM)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EREV 기술 개발을 본격화하며, 국내 시장 경쟁에 합류했다.


KGM은 지난 17일 중장기 비전 발표회 'KGM FORWARD'에서 EV, HEV 뿐만 아니라 EREV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권용일 기술연구소장은 “최대 출력 듀얼코어, 최대 용량 하이브리드 배터리, 최고 효율의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 등으로 EV 주행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EREV, PHEV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조금 지급 여부·열관리 효율이 '관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EREV 시장이 2031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해 518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신흥국과 장거리 운행 수요가 많은 지역에서 수요가 집중될 전망이다.


그러나 시장 확대와 함께 뚜렷한 한계와 과제도 드러나고 있다. 우선 정책적 측면에서 각국의 친환경차 분류 기준이 다르다. 이는 곧 '보조금 지급 여부'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실제로 유럽연합(EU)에서는 EREV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로 분류돼 보조금 혜택이 제한되는 반면, 중국은 '신에너지차'로 인정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발전기 시스템 추가로 차량 무게가 10~15% 늘어나 에너지 효율이 저하될 수 있고, 배터리와 엔진의 최적 온도 관리 등 복잡한 열관리 기술이 요구된다. 또 전기와 내연기관 시스템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정비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다.


이에 업계는 해결책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발전기 가동 시간을 크게 줄이는 AI 관리 시스템을 적용할 계획이며, 폭스바겐 등은 합성연료 적용 실험을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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