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원전 지적재산권 문제 해결됐으나 수익성은 의문
업계, 美 웨스팅하우스에 조 단위 로열티 지급 추정
“신규 원전 개발 정부 의지가 핵심…실현 가능성↓”

▲체코 두코바니 원전. 사진=연합뉴스
국내 원전 건설업체들이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원전 건설 입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K-원전 기술의 지식재산권 상당 부분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하고 있어,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수익성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 '재주는 K-원전이 넘고 돈은 웨스팅하우스가 버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입지를 다진 국내 건설사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핀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포툼(Fortum),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업무착수계약(EWA)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 원전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 바 있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가 독자적인 시공 능력을 갖추지 못해 사실상 단독 수주가 불가능한 회사이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럽 진출 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즉,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 불리는 웨스팅하우스에 AP1000 원자로 설계를 맡기고, 국내 기업은 시공·조달·건설만 담당하며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1997년 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 체결된 기술사용협정에서 제3국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독자 노형인 APR1400을 개발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 설계 핵심코드 등에 자사 기술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의가 필요했으나, 올해 1월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협력에 합의해 제3국 시장 진출 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한수원이 체코 수주를 대가로 조 단위 로열티나 일감을 제공하는 등 상당한 양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체코원전을 수주한 팀코리아는 유럽 시장에 첫 깃발을 꽂기 위해 체코 원전 수주 시 가격 경쟁력 우위를 내세워 계약 단가를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게 제시했었다. 여기에 웨스팅하우스에 거액의 수수료를 제공했을 경우 손익분기점조차 넘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시공 당시 웨스팅하우스에 제공된 주기기 공급 물량(41%)과 기술 자문료 등이 총 29억 달러(약 3조9000억원 이상)에 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전체 수주액의 약 16%로, 당시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규모보다도 큰 수준이었다.
더욱이 한수원이 지난 2월 슬로베니아 원전 프로젝트 등에서 잇따라 발을 빼면서, 업계에선 한수원이 유럽 진출을 사실상 포기하고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의에 따라 유럽과 중동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다만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수익성 저하와 산업 자립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기술 독립이 필수다. 한수원도 지식재산권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현재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SMR 개발에 착수했으며, 웨스팅하우스와 완전히 분리된 독자 대형 원전 기술 개발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이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추경 예산에도 포함됐지만, 원전 관련 예산은 확보하지 않는 상태"라며 “원자력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정부 의지가 핵심이나, 현재 상황을 보면 정부가 새로운 원전 노형 개발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