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부지 18만평, 해체 이후 어떻게 활용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01 11:29

한수원 2037년 해체 완료, 방사능수치 기준 0.1mSv 자연 수준

미국 녹지나 화력발전소, 독일 바이오시설 및 폐기물 저장소 활용

신재생·SMR·폐기물관리 등 ‘에너지 미래지구’로 전환 가능성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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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1호기의 모습.

국내 최초의 상업 원자력발전소인 고리 1호기가 본격적인 해체 단계에 들어선 가운데, 해체 완료까지 10년 이상의 시간이 남았지만 벌써부터 해당 부지를 어떤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약 18만평(약 60만㎡)에 달하는 부지는 부산시 기장군의 해안 지역에 위치해 접근성과 기반시설이 우수한 데다, 기존 원전 기반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고부가가치 에너지 산업의 전초기지로 재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산업지구' 혹은 SMR 실증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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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1호기 해체 일정. ※ 일정은 원안위 및 한수원 계획 기준이며, 실제 작업 조건에 따라 변동 가능

3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국수력원자력이 요청한 고리 1호기 해체안을 승인함에 따라 본격적인 해체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수원은 2037년까지 해체 작업을 완료할 계획으로, 해체가 완료되면 부지의 방사능 수치는 자연수치인 0.1mSv 수준이 된다.



이에 따라 해당 부지는 이론적으로는 상업용으로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지만, 원전 부지였다는 선입견과 주민의견 등을 감안해 제한적 용도로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미국의 쉬핑포트(Shipping Port)와 메인 양키(Maine Yankee) 원전은 해체 완료 후 부지를 개방해 녹지 공원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포트 세인트 브레인(Fort St. Vrain) 원전은 해체 완료 후 시설을 개조해 화력발전소로 활용하고 있다.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의 원전 해체 시설인 독일의 그라이프스발트(Gerifswald) 원전은 해체 완료 뒤 바이오디젤 생산시설과 해체 폐기물 저장시설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상용원전은 운전 종료 후 즉시 해체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해체 후 부지는 제한적 이용이 목적인 신규 원전 부지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리 1호기 해체 부지도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지역 경제 활성화 전략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집적지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경우 지역 내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을 유치하고, 연구개발(R&D) 클러스터를 구축해 기술 실증과 수출산업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에너지 혁신거점이 될 수 있다.


최근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한 관심이 국내외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고리1호기 부지를 SMR 실증단지로 조성하는 방안도 주목받고 있다.


고리 부지는 이미 원전 운영 및 안전관리 체계를 갖춘 곳으로, 신규 부지보다 입지 승인과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장점이 있다. 정부는 차세대 원자력 기술의 조기 상용화를 위해 기존 원전 부지를 활용한 실증사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성 폐기물 관리·저장 거점 혹은 공공복합단지로의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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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메인 양키(Maine Yankee) 원전(왼쪽)은 해체 후 녹지 공원(오른쪽)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리1호기 해체 과정에서 발생할 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임시 저장 및 처리시설을 해당 부지에 조성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국내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시설 부지 선정이 장기 표류 중인 만큼, 고리 부지를 활용한 폐기물 관리의 중간 거점화는 기술적·경제적으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주민 수용성과 안전성 확보가 선결 과제로 꼽힌다.


지역 주민과 부산시 일각에서는 고리1호기 부지를 공공청사, 교육·문화시설, 스마트관광지구 등으로 전환해 지역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자는 제안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해안 경관과 인접 관광지와의 연계성을 살려 에너지체험관, 해양문화단지 등으로 개발할 경우,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다기능 복합화 전략 필요"과제: 지역수용성과 정책 방향 정합성

전문가들은 향후 다기능 복합단지 활용을 위한 정책 방향 설계와 지역수용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원전 관련 기술·인프라·인력을 모두 갖춘 전략 거점으로, 단일 기능보다는 신재생+SMR+R&D+공공인프라를 통합한 복합단지 개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관계자도 “단순히 기존 기능을 폐기하는 것이 아닌, 에너지 전환 시대에 맞는 상징성과 실효성을 모두 고려한 국가적 활용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주민 의견 수렴과 지자체 협의를 거쳐 부지 활용 계획을 마련할 예정이지만, 중앙정부의 명확한 정책 방향 제시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방사성 폐기물 관련 활용 방안의 경우, 주민 갈등 해소와 과학적 안전성 확보가 최대 관건으로 꼽힌다.


대한민국 원전산업의 시작점이었던 고리1호기 부지가 미래 에너지 산업의 새 출발점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정책적 결단과 지역사회의 합의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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