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안정화 및 투기 수요 자본시장 유입 등 강조
“공급 확신 주면 집값 안정 하향세 국면 가능”
수요 억제책으로 인한 상승 우려는 시기상조

▲서울 한 아파트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된 자금 흐름을 바로잡기 위해 투기 수요를 차단하고 자본을 금융시장으로 유도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 기조를 확고히 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발표로 부동산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공급에 대한 확신이 뒷받침된다면 집값이 하향 안정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수요 억제책 언급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도 과장된 측면이 있어, 지금 단계에서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이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3일 취임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부동산 문제를 단순한 주택 서비스 공급이나 부동산시장에서만 국한하지 않고 자산 흐름 전환과 지방 균형발전이라는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부동산에 자금이 집중되면 수도권 과밀화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이 위축된다. 이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국가 경쟁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우선 추가 신도시 조성을 통한 일시적 대량 공급 정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수도권 집중이 주택 문제의 원인인데, 신도시를 계속 만들다 보면 수도권 집중이 더 심해진다"면서 “목 마른 사람에게 소금물을 주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방식의 신도시 확장보다는 수도권 내 신규 택지 개발과 기존 택지 재활용 등을 통한 공급 확대 방침을 시사한 것이다. 또 방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동시에 수도권의 실질적 공급 여력을 확보해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구상도 확실히 했다.
한문도 명지대 실물투자분석학과 겸임교수는 “신도시 공급 속도는 정부 의지만 있다면 현실적으로 추진이 가능한 정책"이라며 “첫 번째 대책인 대출 규제가 잘 나왔고, 도시정책 방향에 있어 고밀도 개발에 전향적으로 접근하는 등 추가 공급 신호가 확실하다면 주거 불안을 리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추가 대책이 미흡할 경우 서울과 수도권은 다시 입주 물량 부족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며 “비전을 넘어 3기 신도시에 대해서 정확한 로드맵을 발표해야 분양가도 낮춰져 시장이 안정 하향화 국면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재명 정부가 과거 정부의 실책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예컨대 윤석열 정부는 3기 신도시의 용적률 상향 및 주택용지 확대 등을 통해 총 5만 가구의 추가 공급을 발표했지만, 사업 지연으로 '공급 절벽'이 현실화돼 오히려 시장 과열을 부추기고 집값 급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 억제책이 나오면 부작용 우려 때문에 시장 상황을 잘 살펴봐야 하는데 문재인 정부는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대신 즉각적으로 강한 규제 대책을 쏟아내 시장을 틀어막았다"며 “그러나 단기 규제는 오래가긴 어려워 효과가 유지되는 기한 내에 공급에 대한 심리적 안정 대책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게 따라오지 못한 게 투기 억제를 어렵게 만들었던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 정부도 단기적으로 강한 규제를 시행했으니 공급이 이뤄질 거란 확신을 주기 위해 후속 대책으로 서울 도심 같은 곳의 재개발·재건축을 촉진하고 절차 간소화,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하면 시장의 믿음이 생길 것"이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통령이 선언적으로 하신 이야기만으로는 자금이 부동산에서 금융시장으로 넘어올 것이라고 보긴 어렵고, 어떤 정책들이 나오는지 평가해야 한다"면서 “예시로 상법 개정안은 주식시장 자금 유입을 촉진하는 법안으로, 시장에서도 개정안 통과 이후 상승세를 보이는 등 반응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도 이와 유사한 정책이 추진된다면 금융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