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의학] ‘태양의 노래’ 색소피부건조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06 16:21

유전자 돌연변이로 발생…안구·신경계 증상도

자외선에 의한 피부손상·피부암 가능성 급상승

6개월~1년마다 피부과 검진·비타민D 복용해야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

영화 '태양의 노래'를 보면, 태양이 떠 있는 동안 햇빛을 볼 수 없는 희귀증후군을 가지고 있는 미솔(정지소)은 꿈도 사랑도 포기한 지 오래다. 어느 날, 미솔의 집 앞에 과일 트럭을 끌고 온 '과일 청년' 민준(차학연)에게 첫눈에 반하게 되고, 민준을 만나기 위해 미솔은 매일 태양이 지는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과일을 팔러 나온 민준은 한밤중에만 노래를 부르는 미솔에게 끌리게 된다. 신데렐라 같은 그녀의 매력에 빠지게 되면서 민준도 어느 순간 밤이 되기만을 기다린다. 점차 가까워지면서 꿈도, 사랑도 함께 나누게 된 두 사람. 미솔과 민준은 서로를 응원하며 본격적으로 싱어송라이터 활동과 배우 도전을 시작하는데….


이 영화에서 미솔이 앓고 있는 희귀병은 색소피부건조증(색소성 건피증, Xeroderma Pigmentosum·XP)이다. 상염색체 열성 유전 질환으로, 자외선에 매우 민감한 피부와 조직을 가진 질환이다.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나정임 교수에 따르면, 이 질환은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과 피부암 발생의 위험을 증가시키며, 일부 환자는 눈과 신경계 증상도 동반할 수 있다.



국내 통계는 없고 미국에서 100만명에 1명, 일본에서는 100만명에 45명 정도로 발생하는 등 지역과 인종에 따라 발생률에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XP 환자는 20세 미만에서 비흑색종성 피부암(non-melanoma skin cancer) 발생 위험이 약 1만배, 흑색종의 발생 위험은 2000배 높다. 피부암 발생의 평균 연령은 일반 인구보다 30∼50년 정도 더 빠르다.


피부 증상은 흑색점, 건조증, 다형피부병, 모세혈관확장증 등 다양하다. 햇빛 노출 시 피부에 물집이 잡히는 화상이 생길 수 있으며, 약간의 햇빛 노출만으로도 증상이 드러나기도 한다.




영화 태양의 노래 한 장면

▲영화 '태양의 노래' 한 장면. 햇빛을 보면 피부·눈·신경계 등에 문제가 생기는 여주인공과 그를 좋아하게 된 남주인공은 밤에 만나 데이트를 한다. 사진=영화 '태양의 노래' 장면 캡처

안구 증상은 눈부심, 결막염, 안구건조증, 각막염 등이다. 신경계 증상으로 후천성 신경퇴행, 감각신경난청, 운동 실조, 인지기능 저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나 교수는 “XP는 XPC, XPA, XPD, XPE, XPG, XPV 등의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생하는데 각 지역에서 가장 흔한 돌연변이가 다르다"면서 “예를 들어 미국, 아프리카, 유럽에서는 XPC가 흔하고, 일본에서는 XPA가 가장 흔하다"고 설명했다.


XP는 임상 증상을 기반으로 진단하며, 피부 조직검사 또는 혈액검사를 통해 유전자 검사를 시행할 수 있다. 또한 출생 전에도 융모막 조직검사나 양수검사를 통해 진단이 가능하다.


나 교수는 “안타깝게도 현재로서는 XP를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다만, 자외선 차단이 가장 중요한 관리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자외선 차단제는 높은 SPF 수치를 가진 제품을 사용하고, 모자·긴팔 의류·안면 가리개 등을 착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자외선이 강한 시간대에 외출을 피하고, 자외선 차단제가 높은 선크림을 사용하며, 자외선 차단 필름을 유리창에 붙이는 등의 다양한 최선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 D 보충은 매우 중요하다. 자외선을 피해야 하므로, 비타민 D는 약물로 보충해야 한다. 피부 검진은 6개월에서 1년마다 피부과에서 피부 검진을 받아 전암성 병변을 체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흡연은 피부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흡연과 간접흡연을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박효순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