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비 대출 한도 6억원 제한 걸려 금융 여건 중요↑
단, 핵심 사업지는 이미 LTV 100~160% 수준 책정
파격 조건 통한 출혈 수주·양극화 이미 시장 고착돼

▲서울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정부 규제 강화로 이주비 대출 한도도 6억원으로 제한되며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에서는 시공사가 제시하는 추가 이주비 등 금융 조건이 공사 수주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주비 대출을 주택구입 목적 대출로 간주해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했다. 다주택자의 경우 이주비 대출을 아예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시공사가 자체 지원하는 추가 이주비에는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건설사가 내거는 금융 여건이 정비사업 수주의 키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빅매치'였던 한남4구역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벌인 이주비 대출 조건 경쟁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물산은 LTV 150%, 현대건설은 100%를 제안해 결국 삼성물산이 수주에 성공한 원동력이 됐다. 이후로도 경쟁이 붙은 핵심 단지들은 너나할 것 없이 출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상징성이 큰 한강 벨트나 대단지 등 사업성이 큰 곳에선 LTV 100%를 초과하는 이주비 대출 제시가 사실상 관행처럼 자리 잡았을 정도이다.
지난달 시공사를 선정한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에서도 포스코이앤씨가 LTV의 160%, 현대산업개발이 150%를 이주비로 제시하는 등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현재 수주 경쟁이 붙은 개포4구역에서도 삼성물산은 LTV 150%를 제시했으며 대우건설이 LTV 100%에 더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 0.00% 수준의 파격적인 금융 조건을 내걸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윤지해 부동산R114프롭테크리서치랩장은 “한강변이나 핵심지에서는 조합원이 '갑'이다 보니 혜택 경쟁이 치열하다"며 “건설사들은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는데, 집단대출에 가깝고 법인 신용을 활용하는 구조라 대출 규제에 덜 묶이는 이점이 있다. 사업성이 담보되는 곳에서는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한강변 일대는 분양가를 높게 책정해도 팔리는 곳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같은 금융 조건 경쟁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을 비롯한 일부 대형사가 강남 1급지에서만 벌이고 있을 뿐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금융 조건 경쟁을 벌이기 힘든 중견·중소 건설사들은 모아타운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정비사업 시장의 양극화가 고착된 상태라는 것이다.
힌퍈 건설사 지원이 나오는 강남·송파 등 최상급지 조합원의 경우 대출 규제가 비교적 큰 부담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정비사업은 수익성과 시장 구조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초기 투입 비용이 커지면 조합원들의 공급 동력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건설사들의 부채 증가도 문제점이다. 분양평가사 리얼하우스가 지난해 말 기준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상장 건설사 34곳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균 부채비율은 203%로 2년 전(137%) 대비 66%P 상승했다. 무리하게 이주비를 제공하다 보면 분양 전까지 자금 회수가 어려워져 건설사의 재무 건전성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의 신규 주택 공급은 정비사업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정비사업 규제 완화는 필요하지만, 집값이 과열된 상황이라 당분간 정부가 대출 규제 완화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