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국토부 차관 취임 첫 행보로 건설안전 강조
행보 이후 5일만에 현장서 폭염으로 사망자 발생
국토부 현장 점검시 지침 전파 그칠 뿐 강제력 없어
“폭염 시 공기 연장 지시도 기준 미비로 실효 의문”

▲서울 한 아파트 공사 현장. 사진=연합뉴스
최근 경북 구미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국적 20대 노동자가 폭염으로 사망한 가운데,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9일 국토부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8일 오후 구미 한 아파트 공사장에서 베트남 출신 20대 하청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체온이 40.도가 넘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 현장에서 폭염으로 인한 사망 사고는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4월까지 온열질환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건수인 145건 중 건설업이 46%로, 절반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건설 주무 부처인 국토부도 이같은 건설 현장의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나서고 있긴 하다. 최근 취임한 이상경 차관이 이재명 정부의 중대재해 근절 기조에 맞춰 취임 후 첫 방문지로 지난 3일 경기도 고양 창릉 공공주택건설 현장을 찾아 혹서기 온열질환 예방 대책을 포함한 안전관리 현황을 점검했다.
문제는 건설현장의 폭염 등 근로자 보호 대책은 국토부가 아닌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고용부의 폭염 대책을 건설현장에 전파하고 이행을 독려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가 현장에서 폭염 대책의 미흡한 부분을 발견해 시정을 요구하더라도, 주관 부처가 아닌 데다 가이드라인 자체가 미비해 강제력이 없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우기철 뿐 아닌 계절별 점검과 월별 상시 점검도 진행하고 있으나, 현장 관리의 한계가 여전해 결국 올해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관이 지난 3일 현장 방문에서 공공 공사 현장의 폭염시 공기 연장을 지시했지만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토부 건설안전과 관계자는 “공공공사의 경우 폭염 시 근로자 안전을 위해 휴식시간을 연장하거나, 폭염이 심할 때는 작업 일정을 조정하도록 권고해 공기가 늘어날 경우 발주청이 계약 변경을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비용이 시공사에 전가되지 않도록, 공공공사의 경우 폭염에 따른 공기 연장을 반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한수 건설노조 안전보건위원장은 “폭염으로 공사를 중단할 경우 공기와 비용을 그에 맞춰 보장해야 하지만, 무한정 늘릴 수는 없는 만큼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현장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꼬집었다. 원청과 하청이 빠듯하게 쫓기듯 공사를 진행하지 않도록 발주 단계에서부터 변화한 기후를 반영해야 하는데, 국토부가 비용 문제로 기재부에서 막히는 등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 위원장은 “기후가 해마다 다른 만큼 온열 작업에 대한 조건과 환경도 변화해야하나, 현재는 공사 발주 시점의 기준으로만 일정이 잡혀 다음 해에도 똑같은 조건이 적용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플랜트건설노조 관계자는 “단순 휴게 권고만으로는 온열 사고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노천작업은 햇빛 반사돼 숙이면 더 뜨거워지는 문제가 있어 복사열도 중요한데, 이는 기상청 제공 정보만으로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다. 노동자가 도저히 일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 큰일이 나겠다 하면 쉴 수 있도록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야 하나, 현재는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