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돈, 건설업은 주4.5일제는 커녕 주5일도 어렵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14 15:07

정부의 근무시간 단축 기조에 업계 “일률 적용은 무리”

공기 지연·인건비 부담 우려…“현장은 아직 주 5일도 어렵다”

전문가들 “건설업 특수성 감안한 업종별 적용 방식 필요”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서울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공식화하면서 노동시간 단축 논의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지만, 건설업계는 신중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정해진 공사 기간과 밀접한 현장 여건상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14일 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주 4.5일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일 국무회의에서 “주 4.5일제 도입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시간 단축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생산성 기반 유연근무'의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도 실무조율에 착수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의 반응은 다소 상반된다. 수도권 주요 건설사 관계자 A씨는 “근무시간 단축이 본사 차원에서는 가능하더라도, 현장 적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공사 공정을 맞추기 위해 이미 '주 5일제'조차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52시간제 시행 이후에도 금요일 오후는 사실상 '놀러가는 분위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효율 저하 문제가 있었는데, 4.5일제가 현실화되면 일부 현장은 공기를 맞추기 위해 되레 야간근무나 휴일 근무가 늘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 B씨는 “현장 여건상 정해진 기간 내에 건물을 지어야 하니, 하루라도 손해 보면 그만큼 이자가 늘고 원가도 오른다"며 “결국 시공사가 아니라 발주처가 부담을 지게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선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데, 단순 야근 수당이 아니라 국민연금, 퇴직금까지 포함한 고정비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현재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정부의 구체적 실행 방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제도 시행을 가정한 조직 개편이나 인력 구조 조정에 들어간 곳은 아직 없다.


전문가들은 “근무시간 단축 자체가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은 공기 내 준공을 못 하면 지체상금 등 패널티가 있어 주 4.5일제 도입이 어려운 업종"이라며 “일정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원가 상승이 수반되는 구조상 탄력적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도 “우리나라 경제가 제조·건설업 기반인데, 현장 중심 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며 “건설노동자는 '일 더 하고 돈 더 벌고 싶다'는 분들도 많은 만큼, 업종별·선택적 제도화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업계는 일단 정책 방향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주 4.5일제가 장기적으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다. 다만 현장 현실과 괴리를 좁히기 위해선 업종별 유연한 설계와 중장기적 로드맵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본사-현장 간 근무 이원화, 전임직원 대비 현장 근로자의 상대적 박탈감 등도 고려돼야 한다"며 “생산성 향상과 안전을 병행할 수 있는 정교한 제도 설계 없이는 현장에서는 도입 효과가 체감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예온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