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항공승무원 비과세 19년째 월 100만원…한도상향 서둘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15 17:00

[에경초대석]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
조종사 등 국외 근로소득 비과세 ‘조세 형평성’ 개선 요구
“물가 상승률 고려하면 사실상 무혜택 수준… 개정 시급”
고경력자 해외 이탈 초래 항공안전 우려 ‘정부 역할’ 중요
일반인, 항공종사자 근무환경·소득 잘못된 인식전환 필요

지난 6월 30일 본지와의 인터뷰 중에 발언하는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 사진=박규빈 기자

▲지난 6월 30일 본지와의 인터뷰 중에 발언하는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 사진=박규빈 기자

“비과세는 원래 근로소득세가 내국세인데, 항공 승무원들은 국제선을 많이 타고 다니니까 근로 행위의 상당 부분이 우리나라 영토 밖에서 이뤄진다. 대표적인 내국세인 근로소득세를 항공 종사자들에게 적용함에 있어 정책적인 고려가 필요하다."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회장은 국내 조종·객실 직군 항공승무원들의 국외 근로소득 비과세 한도가 지난 19년에 걸쳐 '월 100만원'에 묶여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항공승무원의 비과세 한도 상향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협회장의 발언은 비슷한 국외업무 조건의 선원이나 해외건설근로자들이 현재 '월 5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고 있는 조세 형평성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됐다.



본지는 지난달 30일 국내 항공기 조종사들의 권익을 대표하는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 사무실에서 이충섭 협회장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협회와 승무원 관련 현안을 들었다.


“근로 행위 대부분이 국외서 이뤄져…내국세 적용 논리성 부족"

이충섭 협회장은 “세무 행정상의 허점을 극복하고자 1974년에 산업발전 정책과 더불어 비과세가 만들어졌다"면서 “대표업종이 항공종사자·원양선원·해외건설현장근로자"라고 설명했다.




다른 나라에서도 국가 항공산업 경쟁력을 감안해 자국 항공승무원들에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상당 부분 부여하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다만, 2006년부터 150만원이었던 항공승무원 비과세 한도가 100만원으로 삭감되면서 조세 불평등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이 협회장은 “당시 노무현 정부는 세수 확대를 목적으로 감면 범위를 축소해야 한다는 정책 기조를 수립했다"며 “원양선원들의 근무 여건이 안 좋다는 여론이 많아 이들은 150만원으로 묶어두고 항공과 해외건설현장에만 100만원으로 축소했다"는 설명이다.


이후에 원양선원과 해외건설근로자의 비과세 한도는 지속적으로 상향돼 지난해 1월 1일 기준 두 직군 종사자의 비과세 한도는 똑같이 500만원으로 조정됐다. 하지만, 항공종사자만 100만원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 상태다.


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국내 항공승무원들의 근무 환경이 결코 양호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 협회장은 “일반직에 비해서 조종사 같은 경우는 7배, 객실 승무원 같은 경우는 10배 정도 공상(공무상 입은 상해) 신청률이 더 많다는 점은 그만큼 근로 환경이 쉽지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동석한 장진우 협회 사고조사위원장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문서 8984에도 운항 승무원들이나 객실 승무원들은 보통의 사람들보다 우주 방사선 노출 정도가 심하다고 언급돼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항공 종사자들 가운데 갑상선암에 걸린 이들이 많고, 한 항공사 승무원은 우주 방사선으로 백혈병에 걸려 소속 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해서 승소한 사례도 있음을 장 위원장은 소개했다.


협회는 항공운송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를 고려할 때 현재의 차별은 부당하다는 확고한 입장을 제시했다.


이충섭 협회장은 “우리 업계는 2022년 기준 국제 여객의 95%, 수출입 화물 금액의 30%를 담당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며 “이런 높은 기여도에도 불구하고 세제 혜택에서 차별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진우 위원장도 “코로나 때 백신을 항공기로밖에 수송을 못 했고, 마스크 원단 같은 것도 다 전부 다 항공기로 수송을 했다"며 “가장 신속하고 안전하게 옮기는 역할을 맡은 사람들에게 조세 형평성이 어긋나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있다"고 거들었다.


한국민간항공협회(ALPA-K)

▲국제민간항공조종사협회(IFALPA)가 지난 4월 3일 인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개최한 제79차 서울·인천 총회에서 이충섭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장이 조종사 리더십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

국가 기간 산업 기여도 대비 차별 부당…“고소득자 아니다" 소득 수준 반박

항공승무원이 고소득자라는 일반국민의 인식도 잘못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 협회장은 이 협회장은 “2005년에 연봉 1억원이 넘었을 때는 상위 20만명에 속해 있었는데, 지난해 상위 규모가 140만명으로 19년 새 7배가 늘었다"며 “우리 연봉은 실질적으로 지지부진한 임금 상승률과 화폐가치 하락 측면에서 봤을 때 거의 제자리이거나 물가 상승률에 비하면 오히려 더 마이너스"라고 토로했다.


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세무당국의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세간의 인식 전환을 주문했다.


협회는 “국세청 자료를 보면 선원 평균 소득이 7500만원, 항공 운항 승무원들 같은 경우에는 평균으로 약 8000만원 정도 된다"며 “500만원 정도 차이가 있는데, 선원들은 비과세를 500만원을 받고 저희는 100만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객실 승무원의 경우 '보장 수당'이라는 게 없어 비행기를 탄 만큼만 받기 때문에 소득의 불안정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고 협회는 말했다.


협회측 윤태경 사고조사위원회 대표위원은 이같은 문제를 단순한 부자 감세가 아닌 권리 회복 차원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표위원은 “우리가 같은 유사 업종에 있는 해운선박, 그다음에 해외 근로 노동자들이 있는데 예전에 같이 시작을 했다가 우리만 오히려 지금은 역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부자 감세를 위해서 항공승무원들이 더 많이 요구한 것도 아니고 타업종과 함께 제도의 적용을 받기 시작했는데 항공쪽만 오히려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히 잃어버린 권리를 찾는 부분으로 이해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울러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국가기간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관심도 촉구했다.


“역차별 당하고 있다" 권리회복 차원…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300만원 목표

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K-한류 열풍으로 항공산업의 국익 기여도가 더욱 높아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K-한류 열풍이 불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환승객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음을 소개했다. 미주에서 한국을 거쳐서 아시아로 가고, 그 다음 상하이나 마닐라를 거쳐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로 가는 등 환승객이 엄청나게 많아졌다는 설명이었다.


협회는 이같은 부분까지 고려하면 항공종사자들의 국익 기여도는 통계 자료보다 오히려 더 크다고 강조했다. 고소득자라는 낙인이 찍혀있어 유리지갑 형편임에도 세금은 많이 내는데 실질적인 세제 혜택이나 사회적 제도 측면에서는 오히려 배제되고 있는 등 받을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는 실정을 호소했다.


따라서, 협회는 소득세법 시행령 제16조 개정을 통해 비과세 한도를 상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충섭 협회장은 “500만원까지 가면 제일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100만원으로 제한돼있는 것을 500만원까지 갑자기 올릴 수는 어려우니 300만원 정도로라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9년 동안 묶여 있는 것은 비과세라고 할 수 없고, 단지 규정을 위한 규정이었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항공산업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도 세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 협회장은 “외항선원 수준의 비과세 혜택 범위가 높아진다면 회사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약 17%의 임금 상승효과를 가지고 온다"며 “이는 동률의 경쟁력이 확보된다는 이야기고, 현재 치열해지고 있는 항공사 간의 경쟁을 고려하게 되면 국적 항공사가 그만큼 경쟁력을 회복한다는 것이어서 굉장히 큰 의미를 갖는다"고 첨언했다.


이는 곧 장기적으로 국가의 법인세 수입 증대로 직결돼 단순 세수 감소 등의 단순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무리가 따라 국가 경쟁력이라는 큰 틀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협회는 경험 많은 양질의 조종사들이 급여를 많이 주는 해외로 떠나는 현실을 안타까와하며, 고경력 운항 인력이 많이 부족해지면 결국에는 항공 안전과도 직결되는 점을 우려했다.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시급…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국회 역할론 강조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계기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협회장은 “국토부 항공산업과는 산업 경쟁력과 정책적 효과를 담당하는 부서이고, 기재부는 전반적으로 국가 살림살이를 맡아보는 부처라서 개별 산업에 대해 정확하게 잘 알지는 못한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토부를 중심으로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는 것을 업무 협력을 통해 점검하고 정책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협회는 지난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방문을 통해 몇 번 문제 사안의 중요성을 설파했고, 기획재정부 소득세과와 함께 국토부 차원에서 공문을 주고받았지만 지난해 연말에 세수부족 사태가 벌어지면서 실현되지 못하고 무산된 점을 크게 아쉬워했다.


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제도 개선의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충섭 협회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 재정을 전반적으로 한번 다시 살펴보겠다고 의지를 표명한 만큼 산업 측면에서 항공산업도 새롭게 조명해 비과세 확대 부분들을 포함해 같이 한번 연구해 보고 고민해 보길 원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다소 늦은 부분이 있어 매우 아쉬운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이라도 국제적으로 지금 항공사 간에 첨예한 경쟁구조에 놓여있는 항공시장을 감안해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협회는 앞으로도 국회를 포함해 국토부·기재부 등 관련 기관과 소통하면서 항공 승무원의 비과세 확대 부분의 중요성을 적극 전달해 실제로 현실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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