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文 교사’?…李 대통령, 국회 앞세워 개헌 띄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19 06:08

22대 국회 첫 개헌특위 예고…추석 이후 본격 시동

이재명 대통령, 국회의장-국무총리와 만찬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 김민석 국무총리와 만찬 자리를 갖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이제 국회가 헌법 개정에 나서달라"고 공개적으로 요청하며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다시 불이 붙고 있다. 국회는 물론 여당과 국정기획위원회까지 나서면서, 이른바 '삼각 편대'식 개헌 드라이브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번 개헌 추진은 과거 문재인 정부처럼 청와대 주도로 정국이 급랭했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제헌절 경축식에서 “전면적 개헌보다 단계적·연속적인 개헌으로, 최소 수준의 개헌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원포인트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통제장치 도입 등 의제를 우선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국회의장은 최근 시민사회단체와의 개헌 간담회를 연 데 이어, 여야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개헌의 최소공배수'를 정국 운영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제77주년 제헌절 경축식, 우원식 국회의장 경축사

▲우원식 국회의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77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개헌 논의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5·18 헌법 전문 수록, 감사원 국회 이관 등은 올해 안에도 개헌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선 아예 개헌을 총선과 병행해 정례화하는 '헌법개정절차법' 발의까지 추진 중이다. 이재명 정부 국정 청사진을 설계 중인 국정기획위원회도 '국민발안제' 도입 등 국민 참여형 개헌 의제를 띄우며 여권 전반이 개헌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후보 시절부터 △대통령 4년 연임제 △대선 결선투표제 △감사원 국회 이관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 등 권력구조 개편을 포함한 개헌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고 국회 기능을 강화하자는 방향성이다.


이번 개헌 논의의 특징은 대통령이 국회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청와대가 직접 '4년 연임제'를 포함한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발에 막혀 개헌 논의 자체가 좌초됐다. 이에 비해 이재명 대통령은 “국회가 주도하라"는 메시지를 통해 정치권 내부 합의를 우선 유도하고, 청와대는 뒤에서 동력을 보태는 '투트랙 전략'을 택했다.




우 의장과 여당이 '권력구조'라는 민감한 주제보다 제도 개선 성격의 개헌을 앞세우는 점은 모두 문재인 정부 실패의 교훈을 반영한 행보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오는 추석 이후 국회 헌법개정특위 출범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우 의장 역시 하반기 중 특위 구성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밝힌 상태다. 국회 내 개헌 특위는 22대 국회가 출범한 지 1년이 넘도록 제대로 구성되지 못했다. 야당도 개헌 논의 자체를 피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실제 국민의힘도 지난 대선 당시 대통령 4년 중임제 등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개헌 논의 자체를 거부하긴 힘들다는 분석이다. 다만, 내용과 시기, 절차를 두고는 여야 간 상당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주호영 국민의힘 개헌특위 위원장은 이날 “이 대통령과 여당이 띄운 개헌 내용을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특위가 구성된 뒤 살펴보겠다"고 말을 아꼈다.


정치권에선 이르면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원포인트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고, 이후 2028년 총선에서 권력구조 개편 등 대규모 개헌을 재추진하는 단계적 전략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야당도 대선 때 개헌을 공약했기에 여야 간 기본 공감대는 있다"며 “정부 구성이 마무리되고 국정이 안정을 찾는 시점부터 본격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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