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폐지 지원금 풀리지만…‘통신사 담합’ 사라질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0 14:28

22일부터 추가지원금·차등지급 금지 족쇄 해제

통신시장 무한경쟁 예고…공짜폰·페이백도 가능

후속대책 없어 공백기 혼란 예상…담합 가능성도

SKT ‘해킹만회’ 마케팅비용 규모 초기 흐름 관건

단말기유통법, 22일 폐지

▲서울 시내 한 휴대폰 판매점에 단통법 폐지 관련 홍보물이 게시돼 있는 모습

7월 22일부터 단통법 폐지 주요 내용

7월 22일부터 단통법 폐지 주요 내용

▲자료=방송통신위원회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대한 법률)이 이달 22일부터 폐지되면서 이날부터 휴대폰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받을 수 있는 보조금 범위에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폐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뒷받침할 방안이 없어 시장 혼란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지원금 상한선 폐지…이론적으론 공짜폰·페이백도 가능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22일 이후로는 통신사의 지원금 공시 의무와 유통망의 추가지원금 상한이 사라진다. 이에 따라 통신사가 단말기 지원금 지급 규모와 방식을 정할 수 있게 된다.



구체적으로 각 통신사가 공통지원금을 설정해 지원금을 자율 책정하며, 판매점·대리점은 추가지원금을 15% 이상으로 지급할 수 있다. 이용자 정보 제공 차원을 위해 요금제·가입유형별 지원금은 홈페이지에 자율 공개할 예정이다.


출고가 164만3400원인 삼성전자 '갤럭시 Z플립7' 512기가바이트(GB) 모델을 구매하는 상황을 예로 들면, 기존엔 통신사 공시지원금 50만원과 판매점 추가지원금 7만5000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총 57만5000원 할인된 가격인 106만8000원에 플립7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단통법 폐지 이후엔 셈법이 다소 달라진다. 통신사로부터 공통지원금을 최대 50만원 받을 경우, 판매점으로부터 지원금의 30%인 15만원을 추가 지급받을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플립7을 총 65만원 할인된 99만3000원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법적으로는 단말기 출고가를 전액 지급하는 '공짜폰'이나 출고가 이상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페이백'도 합법화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난 1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추가지원금 지급 범위는 사업자의 자율 판단 영역으로, 페이백도 법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매출 측면이 있어 추가지원금이나 요금 할인 폭은 출고가를 기준으로 움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비자 차별 기준 모호…정보취약층 지원금 소외 현상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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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SKT 직영점에 통신사 번호이동 관련 행사 입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그럼에도 이번 단통법 폐지 정책이 이용자 혜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론적으로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는 혜택을 보지 못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입유형·요금제에 대한 지원금 차별지급 금지조항이 사라짐에 따라 고가 요금제를 중심으로 단말기 지원금이 쏠릴 가능성이 있다. 추가지원금을 높이는 대신 각종 부가서비스 가입을 유도할 수도 있다.


같은 단말기이더라도 정보력에 따라 구매 비용 격차가 나타나면서 소비자 차별문제가 불거질 우려도 있다. 공통지원금은 각 사 홈페이지에 공개되지만 추가지원금 정보는 대리점·판매점 등 유통망에서만 확인할 수 있어서다.


방통위는 단통법 폐지 후 시장 상황을 지속 모니터링해 소비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을 최대한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혼선이 예상된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보취약계층의 경우 단말기 지원 통로에 대한 정보를 제때 얻지 못하게 되면서 지원금 소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중저가 요금제 가입자에 대한 지원금은 대폭 줄이고, 고가 요금제 가입자를 중심으로 지원금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영업손실 막기 위해 통신사-통신사, 통신사-제조사 담합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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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3사 사업자들이 마케팅비 투입 여부 등을 논의하는 모습을 챗GPT로 형상화한 이미지.

통신사와 통신사, 통신사와 제조사 간 담합 관행에 근본해법이 나오지 않은 점도 문제다.


현재 국내 휴대폰 시장은 소수 기업 중심 과점 구조를 띠고 있는데, 지원금 공시 의무가 사라짐에 따라 가격·보조금 담합이 심화할 수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애플 투톱 체제를 구축했고, 통신시장은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가 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한 상태다. 포화 상태에 접어든 통신시장에서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선 다른 통신사의 가입자를 뺏어와야 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특정 통신사가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 경쟁사 또한 가입자 이탈을 막기 위해 비슷한 수준으로 마케팅을 진행하게 된다. 마케팅 수위가 높아질수록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지원금 규모가 커진다.


그러나, 시장과점 구조에선 통신 3사가 다같이 지원금을 내리거나, 가격을 동결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통신사와 제조사의 '윈윈 전략'으로 고가요금제 중심 단말기 유통 구조가 형성된 가운데 영업손실을 막기 위해 마케팅 경쟁을 줄이는 전략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자칫 기존보다 할인율이 낮은 가격에 단말기를 구매할 수도 있는 셈이다.


SKT가 단통법 폐지 초기 시장 흐름 결정…마케팅비 투입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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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SKT 직영점에 신규가입 관련 포스터가 부착된 가운데 한 시민이 매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이태민 기자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SKT가 단통법 폐지 초기 시장 경쟁 정도를 판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T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마케팅비를 어느 정도 투입할지, 반대로 매출 방어를 위해 비용을 절감할지가 관건이다.


SKT는 유심(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가입자 수가 급감함에 따라 점유율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월 무선통신서비스 가입자 통계를 살펴보면, SKT의 시장 점유율은 10년 만에 40%대 아래로 떨어졌다. SKT 가입자 수는 2213만8806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체의 약 39.2% 수준이다.


SKT는 지난 5~6월 신규가입이 중단됨에 따라 마케팅비를 예년보다 절감한 상황이다. KB증권에 따르면 SKT의 올해 2분기 마케팅 비용은 6500억원으로, 전년보다 9.2% 감소했다. 다만 유심 무상교체 및 대리점 영업 중단 보전액 반영 가능성이 높은 데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른 과징금 부과 규모는 미지수다. 업계 안팎에선 지난해 매출(17조원)의 3%인 300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SKT는 신규영업 재개 전후로 보조금을 대폭 뿌렸고, KT·LGU+도 그에 비례하게 마케팅비를 투입해 3사 모두 힘을 많이 뺀 상황"이라며 “SKT가 마케팅비를 올리면 경쟁사도 덩달아 올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만큼 (시장 흐름은) SKT에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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