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건전성 부담에 리스크 관리도…‘상생’ 엇박자 내는 금융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0 16:12

은행권, 사실상 중금리 신용대출 문 닫아
카드업계에선 ‘소상공인 상품’ 거절도

지속된 상생 행보에 “더는 부담스러워”
점차 정부와 엇박자…정부차원 조치 필요

대출.

▲전 금융권을 통틀어 조 단위 상생 금융이 계속되면서 업권마다 더 이상 저신용자를 위한 혜택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은행권에서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축소되고, 카드업계에선 소상공인 대상 저금리 상품 출시 요구가 무산됐다. 새 정부 들어 상생금융 기조 확대에 따른 금융권 부담이 점차 가중되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방어적인 태도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금리 신용대출(연 7~10%) 취급 비중은 3개월 연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3월 7.26%의 비중을 보였지만 4월 6.22%, 5월 5.78%로 지난해 5월(13.4%) 대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의 중금리대출 비중이 가장 크게 줄어들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5월 13.6%였던 비중이 올해 5월 1.7%로 11.9%p 감소했다. 신한은행(18.5%→11.2%), 하나은행(12.8%→4.3%), KB국민은행(14.1%→7.7%), NH농협은행(8.0%→4.0%)도 중금리대출 비중이 1년새 많게는 3분의 1가량 줄었다.



은행권은 연체율 급등으로 인해 중금리 신용대출 비중을 축소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가 겹쳐 대출 부실 우려가 커지자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0.29%에서 지난 5월 0.36%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상승 추세다. KB국민·신한·하나은행의 평균 NPL 비율은 지난해 말 0.33%에서 올해 5월 0.45%로 0.12%p 상승했다.


카드업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소상공인연합회와 개최한 여신업계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소상공인 전용 저금리 상품' 출시와 카드수수료 인하 요청에 대해 카드업계가 우회적인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정완규 여신금융협회장은 “품목별 수수료 구분의 어려움, 재정당국과의 협의 필요 등의 요인에 카드수수료 부담 조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2금융권 이용 고객의 상대적으로 낮은 신용도와 조달 비용으로 인해 부담을 느낀다는 입장이다. 카드업계는 지난해 중금리대출의 금리 상한선이 하향 조정된 이후 수익성 방어와 조달비용에도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4대은행.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중금리 신용대출(연 7~10%) 취급 비중은 3개월 연속 감소추이를 보였다.

금융권에서 최근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추가 상생이 부담스럽다는 목소리를 내는 데는 새 정부 들어 보다 강해진 상생 기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금융권은 지난 정부부터 꾸준히 상생 요구에 따른 보폭을 키워오고 있다. 은행권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이 빠르게 악화되자 올 들어 소상공인 대상 금융상품 확대와 컨설팅 강화 등 맞춤형 지원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카드업계 및 2금융권에서도 금리를 내린 중저소득자용 맞춤 상품이 적지 않다.


전 금융권을 통틀어 조 단위 상생 금융이 계속되면서 업권마다 더 이상 저신용자를 위한 혜택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일각에선 금융권 일부에서 저신용자 지원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와 엇박자가 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시중은행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내주고 있다는 건 곧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문은 닫고 있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신용점수 기준 5대 시중은행에서 지난 5월 일반신용대출을 받은 차주의 평균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신용점수는 933.8점이었다. 카드사들은 역마진 우려를 강하게 표하면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관련 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 요구를 사실상 거절하기도 했다.


업권에선 연체율 등 건전성 관리가 우선되는 상황이 도래한 금융권에 정부 차원의 추가 조치가 병행돼야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비중이 많아지면 예대율에서 일부를 제외해주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정부차원의 세밀한 추가 대책이 뒷받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