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해임 만류’ 부인한 트럼프…월가서 부상한 ‘파월 헤지’ 주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1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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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왼쪽)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해임을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만류했다는 외신 보도를 부인한 가운데 미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의 마찰에 대응하는 투자 기법인 이른바 '파월 헤지'(Powell hedge)가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베선트 장관이 역사상 최악의 연준 의장인 '투 레이트'(의사결정이 매번 늦다는 뜻) 파월을 해임하는 것은 시장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나에게 설명했다는 전형적인 거짓 보도를 냈다"고 적었다.


이어 “누구도 나에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나는 시장과 미국에 무엇이 좋은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내가 없었다면 시장은 현재의 기록적인 고점에 있을 수 없고 아마 폭락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어라"며 “사람들은 나에게 설명하지 않는다. 내가 그들에게 설명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부응하지 않는 파월 의장 해임을 검토했을 때 베선트 장관이 역효과 등을 거론하며 만류했다고 전날 보다한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주장은 모든 정책 분야에서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점을 부각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도 파월 의장에 대한 해임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달 열리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달 기준금리가 4.25~4.5%에 동결될 확률이 95.3%로 반영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에 대한 사임 압박이 더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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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사진=로이터/연합)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 해임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파월 헤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RBC 글로벌 자산운용에서 채권 분야를 전담하는 블루베이 채권팀의 마크 도우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 의장이 해임되지 않고 연준 또한 정치적 개입에서 자유로울 것으로 항상 간주했었다"며 “이제는 변하고 있다는 분명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도우딩 CIO에 이어 올스프링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등은 달러 약세 베팅과 장단기 금리차 변화를 예측해 투자하는 '스티프너 트레이드' 베팅으로 파월 헤지에 나서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스티프너 트레이드는 만기가 짧은 단기채권에 비해 장기채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질(국채금리는 상승) 것으로 보일 때 쓰는 기법으로 채권시장에서는 단기채 매수, 장기채 매도 흐름이 연출된다.


파월 의장 해임을 계기로 연준이 금리인하에 속도를 내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채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고, 미국 인플레이션이 앞으로 오를 것이란 전망에 장기금리가 오를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이다.


실제 미 투자자문사 시트리니 리서치의 제임스 밴 글린 창립자는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의장 해임이 임박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5만여명의 고객들에게 2년물 국채를 매수하고 10년물 국채를 매도하라는 긴급 서한을 발송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메건 스위버 미 금리 전략가는 장기채 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재무부가 장기채권 발행량을 제한시킬 수 있어 스티프너 트레이드가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명목 국채금리와 물가연동채 금리차로 측정하는 BEI(breakeven rate)가 앞으로 더 오를 것이란 방향에 베팅하는 것이 비둘기파적인 연준에 따른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을 더욱 정확히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시장이 기대하는 인플레이션인 10년물 BER는 2.42%를 기록, 지난 2월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스위버 전략가는 “연준 독립성 리스크로 인해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흐름에 프리미엄이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하지 않더라도 장기채 금리가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블룸버그의 에드워드 해리슨 전략가는 “FOMC가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7월 금리인하) 조언을 따를 경우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장기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며 “연준이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파월 의장 해임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기간 프리미엄 상승으로 장치개 금리는 결국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기간 프리미엄이란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는 경우 장기 채권이 단기채보다 금리 변동이나 인플레이션에 더 많이 노출되므로, 이를 보상하기 위한 추가 금리를 말한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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