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현 금융부 기자.
이재명 정부가 6·27 규제 시행을 통해 집권 초기부터 천명했던 '집값 잡기'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권은 6억원 이상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부터 전세대출도 신용대출도 일제히 문고리를 걸어 잠궜다.
갑작스런 발표와 시행으로 인해 대출을 계획 중이던 수 많은 사람들이 돌연 자금 계획을 수정해야 했다. 규제 이후 3주 남짓한 시간 동안 어느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수천만원 단위의 계약금을 날린 이야기부터 이사 계획을 다시 짜거나 대출이 가능한 동네를 알아보기 위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찼다.
은행권에서도 혼선은 이어졌다. 6·27 규제의 시행 시점이 익일로 발표되면서 전산에 적용될 시간조차 확보되지 않아 비대면 대출 영업이 문을 닫아야 했다. 당시 상황을 두고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서류 양식을 준비할 시간조차 없었다.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기다리는 와중 규제는 이미 시행된 상황이었기에 영업점이 혼란 그 자체였다"고 회고했다. 은행권은 전산 작업을 마친 일주일 정도가 지난 뒤에서야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접수를 속속 재개했다.
발빠른 시행은 동시에 맹점을 낳기도 했다. 전세퇴거자금대출은 은행마다 해석 차이로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대책 시행 이후 93% 급감했다. 규제 예외 대상에 대해 '불분명한 기준'이 제시되자 은행이 대출을 내 줄수도, 안 내줄수도 없는 상태가 된 까닭이다.
이 역시 원인은 '성급한 시행'이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당국이 시차를 두고 조건을 새롭게 추가하자 혼선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당국은 대책 시행 후 전세퇴거자금대출 규제의 예외 기준이 '임대차 계약일'이라고 밝혔다가 사흘 뒤 '주택 소유권 취득일'이라는 조건을 추가했다. 이 조건에 대해선 이를 '계약날짜'로 간주할지, '등기접수일'로 해석할지 또 다른 혼란이 생겨났다. 당국이 세부 안을 검토하는 지금도 서민의 발이 묶인 채 시간이 흐르고 있다.
갑작스레 축소된 정책대출로 인해 계획을 수정하게 된 사회초년생과 신혼부부들도 발을 동동거리고 있다. 당국은 이번 규제에서 정책대출도 예고 없이 연간 공급계획 대비 25%를 감축했다. 신용대출이 나오지 않아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는 고금리 대출로 발을 돌리고 있다.
일각에선 당국이 일단 밀어붙이고, 금융사가 속도에 발을 맞추다 스텝이 꼬이는 모양새가 거듭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당국의 추진력에 함께 시름하는 건 실수요자들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우산이 작은 중·저신용자들은 어떤 유예나 보호장치 없이 고스란히 규제라는 비를 함께 맞으며 서 있다. 목표를 위한 과감한 결단과 빠른 시행도 중요하지만, 당초 목표인 '집값 안정화'가 원래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도 살펴보며 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