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우의 카워드] ‘바퀴 달린 스마트폰’ SDV…테슬라·현대차 등 ‘눈독’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3 16:27

차량 핵심기능을 SW로 구현·제어 시대 예고

전자제어장치·OS로 성능 ‘실시간 업데이트’

글로벌완성차, 올해 SDV전환 원년 투자경쟁

‘소프트웨어 보안’ 암호화 기술 고도화 주력

급변하는 전동화 시대,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에서 쏟아지는 낯선 전문 용어들이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카워드'는 자동차와 관련한 어려운 용어들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 관련 업계 동향을 함께 소개해서 독자들이 빠르게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를 따라갈 수 있도록 돕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포티투닷이 CES 2024에서 SDV의 방향성과 내재화 중인 실증 기술을 공개했다. 사진=포티투닷 제공

▲포티투닷이 CES 2024에서 SDV의 방향성과 내재화 중인 실증 기술을 공개했다. 사진=포티투닷 제공

자동차산업이 또 한 번 대전환의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 대전환의 중심에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 Defined Vehicle)'으로 불리는 이른바 'SDV'가 자리잡고 있다.




차량의 기능이 하드웨어로 고정됐던 시대가 저물고, 이제는 소프트웨어 한 줄로도 운전 경험을 바꿀 수 있는 시대가 바야흐로 우리 눈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23일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기업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SDV 시장 규모는 지난해 2135억달러에서 오는 2030년 1조2376억달러로 연평균 3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SDV란 차량의 핵심 기능들이 대부분 소프트웨어로 구현 및 제어되는 자동차를 뜻한다. 기존 내연기관차는 엔진, 미션 등 하드웨어 부품 중심으로 성능과 역할이 정해졌다.


하지만, SDV는 차량의 주행 성능, 인포테인먼트, 자율주행 등 다양한 기능이 전자제어장치(ECU)와 차량용 운영체제(OS)에 의해 실시간으로 작동하고, 무선 업데이트(OTA)를 통해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




마치 스마트폰이 시간이 지나도 앱 업데이트나 OS 패치를 통해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처럼, SDV는 차량을 구매한 뒤에도 성능 개선과 맞춤형 기능 추가가 가능하다.


이처럼 자동차가 '하드웨어 제품'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기존의 구매 개념을 넘어, 차량을 하나의 '서비스'로 인식하는 시장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SDV 경쟁 본격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2025년을 SDV 전환의 분기점으로 보고 기술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소프트웨어 중심 설계와 자율주행 업데이트, OTA 기술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며 SDV 평가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BMW는 각각 VW.OS, MB.OS, BMW OS 등 자체 운영체제를 구축하며 통합 아키텍처 중심의 SDV 전략을 세우는 중이다.


GM과 포드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클라우드 기반 차량 통제를 결합한 '얼티파이(Ultifi)'와 같은 독자 플랫폼 개발에 나섰고, 중국의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 신흥 EV 강자들도 대규모 SW 인재를 확보해 빠르게 시장을 확장 중이다.


LG전자, 보쉬, 하만 등 글로벌 부품사도 인포테인먼트 시스템(IVI)이나 디지털 콕핏, SDV 전용 반도체 분야에 적극 진출하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현대차, SDV 전환 '속도전' 선언

국내에서는 현대자동차가 그룹 차원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SDV 전환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2년 자율주행 플랫폼 기업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핵심 SW 기술을 내재화하는 작업도 동시에 진행 중이다.


내년에는 본격적인 SDV 시범 모델 'SDV 페이스카'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차량은 현대차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선보이는 첫 SDV 실증 차량으로, 기능 대부분이 SW 중심으로 설계되어 높은 확장성을 자랑한다. 차량 내 기능은 OTA를 통해 수시로 개선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최근에는 차량 내 수만 개의 부품을 제어하는 ECU 소프트웨어를 단일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하는 기술도 개발 중이며,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과 한국에 동시에 특허를 출원했다. 주행 안전성뿐 아니라 다양한 신규 서비스, 예컨대 자동 발렛파킹 같은 고도화된 기능도 앞으로 제공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는 외부 개발자들도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차량에 적용할 수 있도록 '플레오스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개방형 SW 환경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클라우드, 커넥티비티, 보안 등 종합적인 플랫폼 경쟁력을 통해 2026년부터는 자체 OS를 양산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SDV 시대의 명과 암

SDV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 수준이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의 질적 전환을 의미한다.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모델에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중심 산업으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차량의 부가가치 상당 부분이 기존 기계적 완성도보다 IT 기술력, 플랫폼 운영 능력, 사용자 맞춤 서비스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은 보안성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OTA를 통한 기능 업데이트는 외부 해킹 가능성을 동반하며, 이로 인한 교통사고나 개인정보 문제 등 잠재적 위험 요소에 대한 대비도 함께 요구된다.


현대차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이러한 보안 위협에 대비해 암호화 기술 고도화와 보안 시스템 내재화에도 지속적으로 투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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