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EU와도 ‘15% 관세’ 협상 타결…대미 투자가 트럼프 마음 돌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8 09:16
USA-TRUMP/BRITAIN

▲악수하는 미국, 유럽연합(EU) 정상(사진=로이터/연합)

미국이 유럽연합(EU)산 수입품 대부분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적용하기로 27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상호관세 유예 마감 시한인 8월 1일을 닷새 앞두고 일본에 이어 EU까지 미국과 무역협정을 전격 타결함에 따라 아직 미국과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한국 등의 국가들 사이에서 조속한 협상에 대한 압박이 한층 더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막판 협상을 벌여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 특히 일본과 마찬가지로 미국으로 수출되는 EU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된다.


EU는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7500억달러(약 1038조원)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를 구매하고 6000억달러(약 830조7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EU가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군사장비를 사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5% 관세의 적용 범위를 두고는 두 정상의 말이 달랐다.


트럼프 대통령은 15%의 관세율이 “자동차 및 기타 모든 것"에 적용되지만 의약품과 금속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의약품, 반도체, 자동차에도 15% 관세율이 부과되며 철강·알루미늄 등 금속 제품에는 쿼터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약품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추가 질의에도 “EU와 관련해서는 의약품 관세 15%에 합의했다"며 “향후 전 세계 의약품에 관한 전반적인 미국 대통령의 (관세) 결정이 무엇이건 간에 그것은 별개의 이야기"라고 답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그러면서 15% 관세율과 관련해 “과소평가하면 안되는 부분이지만 우리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EU가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을 15%로 낮추기 위해 대미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은 의약품 관세와 관련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가 앞으로 3주 동안 이어지지만 양측은 유럽이 15%의 관세율이 적용되는 것에 합의했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당국자들은 다만 철강·알루미늄 품목에 적용 중인 50% 관세는 계속 부과된다고 전했다.


양 정상은 이날 '전략적 품목'에 대해서는 상호 무관세에 합의했다. 상호 무관세 조치는 EU가 미국 측에 요구해온 협상 조건 중 하나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모든 항공기 및 관련 부품과 특정 화학 제품, 특정 복제약(generics), 반도체 장비, 특정 농산물 및 천연자원과 핵심 원자재가 (상호 무관세) 적용 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목록에 더 많은 품목이 추가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초 내달 1일부터 EU에 3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EU는 지난 4월 상호관세 발표 당시 20%를 적용받기로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서한을 보내 관세율을 10%포인트 더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그동안 EU와의 무역협상이 난항을 이어간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을 삼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대해 '미국을 뜯어먹기 위해 형성됐다'고 수차례 비판하기도 했다.


EU 역시 협상이 불발되면 내달 초부터 미국산 주요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협상 시한 종료를 닷새 앞두고 EU도 미국과 무역협상을 타결하자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한국은 비상이 걸렸다. 미국과 새로운 무역합의를 타결짓지 못하거나, 합의에 이르더라도 일본이나 EU보다 더 불리한 결과를 떠안게 될 경우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과 협상에 총력전을 벌인다는 방침이다.


협상 시한 마지막 날인 오는 31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워싱턴DC에서 미국의 무역협상 '수장' 격인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최종 담판을 벌일 예정이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으로 건너와 카운터파트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같은 날 만나 한미간 무역협상을 측면 지원할 계획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주 하워드 러트닉 장관의 자택에서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를 핵심으로 한 우리 정부 차원의 한미 조선 산업 협력 구상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국을 포함해 주요 교역국과 협상이 진행 중임을 시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3~4개국과 합의를 검토하고 있다"며 나머지 국가들에겐 관세율을 일괄 적용하는 서한을 발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미국은 스위스, 한국, 대만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짚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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