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이 뭐길래”...李대통령 ‘이자놀이’ 비판에 금융권 살얼음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8 16:21

저금리 기조에 비이자이익 경쟁 ‘치열’
4대 금융지주, 이자이익 증가세 둔화
비이자이익 1년새 7.2% 늘어

금융당국, 금융권 협회장들 긴급 소집
“이자장사 NO...생산적 금융 늘려야”
금융권 “RWA 개편 등 규제 완화 우선”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을 향해 “손쉬운 이자 놀이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투자 확대에도 신경 써주길 바란다"며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라고 촉구하면서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시중 자금을 미래 첨단산업, 벤처기업 등 생산적이고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해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라는 게 이재명 정부의 메시지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기업 여신, 벤처투자 등의 위험가중자산(RWA) 가중치를 낮추고, 주담대 위험가중치 하한선을 높이는 등의 RWA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이 명확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권만 압박하는 것은 정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 4대 금융, 이자이익 1.4% 증가...비이자이익 7.2%↑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는 상반기 이자이익으로 총 21조926억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동기(20조8105억원) 대비 1.4% 증가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KB금융지주의 상반기 이자이익은 6조3687억원으로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감소(-0.4%)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7% 증가한 4조5140억원을 거두며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신한지주(5조7188억원), 하나금융지주(4조4911억원)의 이자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4%, 2.5% 늘었다.



이자이익 증가세가 주춤한 사이 비이자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7조2119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대비 7.2% 늘었다. KB금융지주가 상반기 비이자이익 2조7233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늘어 절대 규모, 증가율 모두 1위를 차지했다.


하나금융지주도 비이자이익이 1년새 10% 불어난 1조3982억원을 달성했다. 신한지주의 상반기 비이자이익은 2조2044억원으로 4.2% 늘었다. 반면 우리금융지주의 비이자이익(8860억원)은 전년(8850억원)과 유사했다.





◇ 금융위 “이자장사 지양...생산적 금융 확대하라"

특히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금융권의 비이자이익 확보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용카드/리스수수료, 증권수탁수수료, 펀드/방카/신탁수수료, 투자금융수수료 등 수수료이익과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관련 이익, 보험관련 이익 등이 모두 비이자이익에 해당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산업 특성상 금리 인하 시기에 비이자이익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는 건 중요한 과제"라며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원·달러 환율 변동성 확대로 금융사들의 환율 리스크 관리 수준이 높아진데다 저금리와 증시 활황으로 펀드와 같은 대체상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 점도 비이자이익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여기에 금융당국이 금융권을 향해 생산적 금융의 확대를 주문함에 따라 금융사들의 경영 전략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28일) 오전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등 금융권 협회장들을 소집해 “생산적 투자에 책임감 있게 적극 나서라"고 주문했다. 시중 자금이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부동산에서 인공지능(AI) 등 미래 첨단산업, 벤처기업, 자본시장 및 지방·소상공인 등으로 돌려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라는 취지다.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이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가계대출·주담대를 제외하고, 첨단·벤처·혁신기업 투자를 위한 민·관합동 100조원 규모의 펀드나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등을 포괄한다. 이자이익, 비이자이익 등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고, 자금의 흐름과 정책적 방향성 등의 성격이 짙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대출 위험가중자산(RWA) 선정 개편 등 규제 완화를 확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주담대보다는 기업 여신, 벤처투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위험가중치 등 건전성 규제를 포함해 전 업권별 규제를 조속히 개선하겠다고 예고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의 경우 벤처투자 위험가중치가 400%로 일반 주식(250%)에 비해 높은데, 이를 일반 주식 수준 이하로 하향하면 금융사들의 벤처투자 여력이 확대된다. RWA는 주주환원의 핵심 지표로 여겨지는 CET1 비율과 직결되기 때문에 금융지주사들의 민감도는 커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기업투자, 대출을 늘리는 건 RWA에 의해 좌우된다"며 “생산적인 분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RWA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변경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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