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안끝났다”…미국·EU 무역합의에도 유로화·유럽증시 하락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7.29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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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정상(사진=AFP/연합)

유럽연합(EU)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무역협정을 타결하면서 대서양 무역전쟁 전면전을 피하게 됐지만 유로화, 유럽 증시 등이 모두 하락해 관심이 쏠린다.




인베스팅닷컴,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1.3% 상승한(유로화 약세) 달러당 0.8624유로에 거래를 마감했다. 유로화 환율은 이날 개장 후 초반에는 하락세를 이어가는 흐름을 보였지만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EU 회원국에서 미국과 합의에 부정적인 반응이 쏟아지자 상승세를 탔다. 이같은 상승폭은 지난 5월 이후 2개월 만에 가장 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유럽증시 주요 지수도 상승 출발했지만 결국 하락 마감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은 장중 최대 0.77% 상승했지만 상승분을 모두 반납해 전장 대비 0.22% 하락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톡스600 지수 중에서도 자동차 및 부품 섹터가 1.8% 급락했다.



독일 DAX(-1.13%), 프랑스 CAC(-0.43%) 등도 하락 마감했다. 폭스바겐(-3.58%), BMW(-3.28%), 메르세데스-벤츠(-3.21%) 등 독일 자동차 3사가 모두 3% 넘게 하락했다. 프랑스 주류업체 페르노리카는 증류주 관세 탕감이 무산되면서 3.49% 떨어졌다.


미국과 불균형한 관세 합의로 유럽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영국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회동 뒤 EU 관세율을 15%로 설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기존 27.5%(품목관세 25% + 최혜국대우(MFN) 관세 2.5%)에서 15%로 인하됐지만 EU는 그 대가로 미국산 자동차 관세를 현행 10%에서 2.5%로 인하하기로 했다.


또 무관세였던 향수, 화장품, 명품 등도 15%가 적용되면서 타격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와인과 쥬류에 대한 관세 면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EU의 대미 주력 수출품목인 철강·알루미늄 제품은 현행대로 50% 관세율이 계속 유지된다.


이에 무역합의 타결 직후 긍정적인 반응을 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도 부정적인 입장을 냈다. 메르츠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관세로 독일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가 독일과 유럽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EU의회 국제무역위원회 카린 칼스브로 의원도 성명을 내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대서양 번영을 뒷받침한 자유무역 원칙이 구조적으로 해체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자유로운 국민의 연합이, 자신들의 가치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뭉친 그 공동체가 결국 굴복한 날로, 참으로 암울한 날"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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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EU의 무역합의 이후 28일(현지시간) 하락곡선을 그리는 독일 DAX 지수(사진=로이터/연합)

이런 와중에 미국과 EU의 무역합의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U는 관세율을 인하받는 대신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8조원)어치를 구매하고 6000억달러(약 830조7000억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EU가 미국으로부터 사들인 에너지 제품은 800억달러 수준으로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약속한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


EU의 한 고위 당국자는 또 60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해 “기업들의 약속을 집계한 수치일 뿐, 집행위 차원에서 이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구속력 있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EU차원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과 EU 양측은 합의 내용을 명시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성명이 확정되면 미국은 유럽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하할 예정이다.


미국과 EU는 그 이후 법적 구속력이 있는 합의문을 작성할 예정인데 여기에 들어갈 내용은 EU 회원국 과반의 지지를 받고 EU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당국자는 전했다. 당국자는 EU가 이어 합의문이 승인되기 전까지 미국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담판을 통해 타결된 무역협정이 크게 틀어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오릴바 라카우 수석 독일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합의로 테일 리스크 일부가 제거됐지만 구체적인 합의 내용이 부족하다"며 “향후 몇 주 동안 논의가 이어질 것인데 이로 인해 새로운 변동성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확실성은 계속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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