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동언 기상청장
전국적으로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는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숨 막히는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으며, 날씨 기사에는 '가장 더운', '역대 최고'와 같은 수식어가 수시로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의 전국 평균 기온은 22.9℃(도)로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이 구축된 1973년 이후 가장 더운 6월이었고, 7월에도 전국 곳곳의 7월 상순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폭염이 이어졌다. 이렇게 우리가 체감하는 무더위와 거듭해서 새롭게 쓰이는 기록들은 우리가 기후위기 시대에 살고 있음을 일깨워 주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지구적인 과제로,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위기의 주된 원인인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탄,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보다 태양광, 풍력, 수력 등의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큰 폭으로 확대돼 2024년 기준 전 세계 발전설비의 46.4%를 차지하고 있으며, 유럽은 60.2%, 미국과 일본은 각각 34%, 35.5%를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올해 2월 정부가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하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비중은 22%로 선진국은 물론이고 세계 평균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국정기획위원회를 통해 조만간 확정될 정부 국정과제를 토대로, 기후위기 극복과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원 정책이 적극 추진될 계획이다.
가장 대표적인 재생에너지 발전원은 태양광과 풍력발전이다. 여기에는 햇빛과 바람이 연료로 쓰이기에, 날씨에 의해 발전 여부와 발전량이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름이 해를 가리면 태양광발전이 되지 않고, 바람이 약하게 불어 풍력발전기의 터빈이 돌지 않으면 전기가 생산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한국전력공사, 전력거래소, 발전사 등 에너지 분야 관계자들을 만날 때마다, 국가가 나서서 정확하고 상세한 에너지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정확히 예측하여 전력 수급 관리에 활용하기 위해, 기존의 기상정보에는 제공되지 않던 발전단지 위치의 일사량 예측정보, 풍력발전기 높이에 해당하는 약 80~220m 고도의 바람 예측정보 등을 필요로 했다.
기상청은 국민의 일상생활과 산업활동에 필수적인 전기가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관련 기관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재생에너지 맞춤형 기상지원 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과 천리안 기상위성 자료에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신뢰도 높은 일사량·바람 예측 정보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실증 발전단지 기상관측장비의 관측값과 예측값을 비교·검증하며 기술을 개선해, 내년 하반기부터 에너지기상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전 세계 기후위기 극복과 각국의 경제 성장은 햇빛과 바람이라는 하늘과 자연이 가져다주는 소중한 친환경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와 직결될 것이다. 기상청은 몇 시간 후부터 며칠 후까지의 일사량과 바람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에너지 기관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국가의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도 안전하고 건강한 일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기상청도 역할과 책무를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장동언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