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용 상승·반려인구 증가
시장 규모 확대
1~5월 원수보험료 470억원
전년비 ‘71% 성장’
신상품 출시 잇달아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출범

▲반려동물 의료비 증가 등의 이유로 펫보험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손해보험사들이 신성장동력으로 점찍은 펫보험 시장이 점차 커지는 추세다. 국내 반려인구가 1500만명을 돌파하고, 반려동물의 수명도 길어지면서 의료비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저성장 기조를 돌파할 새 먹거리로 펫보험에 속속 뛰어들며 상품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진료비 부담 커지며 보험 수요 급증"...시장 본격 성장기 진입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펫보험 상품을 판매 중인 보험사 9곳의 올 1~5월 원수보험료는 약 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가량 늘어났다. 이미 2023년 연간 실적과 유사한 수준이다. 보유 계약 건수(19만6196건)의 경우 1년 만에 64%, 신계약(5만5508건)도 68% 가까이 많아졌다.
여전히 가입률이 1%대 후반에 머물고 있지만, 반려동물 개체수가 증가하는 만큼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2032년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상회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동물병원 진료비가 표준화되면 본격적으로 시장이 개화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보험사들은 손해율과 보험료를 추산하기 용이해지고, 금융소비자들도 보험 상품의 활용도가 높아진다는 논리다.
전 정부에 이어 이번 정부에서도 펫보험 활성화를 목적으로 진료비 증빙서류 발급 의무화와 표준수가제 도입 등을 추진하는 까닭이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진료행위 명칭과 코드를 표준화하는 등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다만 수가와 관련해서는 수의사들의 반발을 비롯한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지금까지 판매·운영된 상품 및 보험금 청구를 통해 누적된 데이터도 향후 신상품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13만5000건에 달하는 가입건수를 토대로 산출한 펫보험 분석 자료를 소개했다. 우선 절반 이상의 반려견과 반려묘가 서울·경기 지역에 몰렸다. 향후에도 보험사들과 설계사들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영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 진료로 인한 보험금 지급건수는 외이도염(1만6521건)이 가장 많았고, 위·장염(1만4495건)과 구토(1만325건) 및 외이염(9415건)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보험금 규모로 보면 외이도염(19억7000만원) 보다 슬개골 탈구(73억원)와 십자인대 손상·파열(23억9000만원)이 더욱 컸다. 메리츠화재는 소형견 비중이 높은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실제로 품종별 가입건수를 보면 포메라니안·토이 푸들·말티즈·미니어처 푸들·치와와 등이 탑10을 구성했다.
반려묘 보험금 지급건수를 보면 구토(1033건), 위·장염(766건), 결막염(662건)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금은 이물섭식(1억8000만원), 구토(1억7000만원), 위·장염(1억5000만원) 등을 위주로 지급됐다.
경쟁 불붙은 보험사들...“특화 상품·신생사 출범 잇따라"
DB손해보험을 필두로 경쟁사들도 잇따라 신상품을 출시하고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하는 등 시장점유율 확대에 나서고 있다. DB손보의 경우 올해 총 9건의 배타적사용권을 신청하고, 모두 6개월 이상 부여받는 등 공격적·창의적 행보를 보인 가운데 4건이 펫보험에 집중된 것도 특징이다.
십일리터와 함께 '라이펫 펫보험'을 출시한 데 이어 가입만 해도 119은퇴견을 후원하는 '설채현·이기우의 세이브펫플랜' 다이렉트 펫블리 반려견보험을 선보인다. 이는 반려견에 대한 실손 의료비와 함께 △개물림사고 벌금 △개물림사고 행동교정훈련비(맹견제외) △반려견 위탁비용 담보 등을 탑재했다.
NH농협손해보험도 반려동물 임시 위탁비용 신담보 2종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고, 실손의료비 보장을 강화한 모바일 전용 펫보험(NH다이렉트펫앤미든든보험)을 개발했다. KB손해보험이 업계 최초로 반려동물 장례비용 지원비를 신설하고, 캐롯손해보험이 반려묘 병원비 보장과 유실묘 찾기 지원금 특약을 담은 상품(실비클럽 CAT)을 선보이는 등 다양한 니즈 공략을 위한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국내 1호 반려동물 전문보험사 마이브라운의 공식 출범은 소액보험을 중심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브라운은 동일 연령·견/묘종 기준 타 보험사 대비 20~30% 저렴하면서도 보장 수준을 높인 상품을 중심으로 입지를 다진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1년 갱신과 자기부담금 3만원 이상 등이 포함된 상품 표준화가 초기 시장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모럴해저드(도덕적해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는 등 장기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에는 펫보험도 인보험처럼 시니어·유병자 계층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