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장시성 이춘시에 위치한 리튬 광산(사진=로이터/연합)
세계 최대 배터리기업 중국 CATL이 리튬 광산 운영을 중단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세계 곳곳에서 리튬 관련주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했다.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과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결정을 계기로 중국 내 다른 리튬 광산들의 운영이 줄줄이 중단될지 주목된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CATL가 중국 장시성 이춘시에 위치한 대형 리튬 광산인 젠샤워 광산 운영을 최소 3개월 중단한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은 CATL이 인근의 계열 제련 공장에도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번 광산 중단 소식은 CATL의 채굴 허가가 지난 9일 만료된 이후 나왔다. 업계에서는 '내권식'(제살깎아먹기) 경쟁을 관리·단속하겠다고 강조해온 중국 당국이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국이 리튬 공급을 조절하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씨티그룹은 이번 광산 중단 소식과 관련해 “중국 정부의 내권식 겨쟁 방지 조치의 일환일 수 있다"며 “리튬이 적절한 수준으로 채굴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리튬 산업은 전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전기차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2년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리튬 가격은 이후 90% 가까이 폭락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기차 시장 활성화를 위한 보조금 정책을 중단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날 CATL의 광산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11일 광저우 선물거래소에서 탄산리튬 선물이 가격제한폭(8%)까지 상승해 톤당 8만1000위안을 기록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한국광해공업공단의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6월 kg당 57.7위안까지 추락해 2021년 1월 이후 4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는데 지난 8일엔 71.70위안으로 반등했다.
리튬 관련주들도 상승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1일 홍콩증시에서 톈치리튬, 강봉리튬 등의 주가는 장중 최대 각각 19%, 21% 급등했다. 호주 증시에 상장된 필바라 미네랄, 라이온타운 리소시스, 미네랄 리소시스 등의 주가도 장중 최대 19%, 25%, 14%씩 상승했다.
국내에서도 리튬 관련주들이 강세다. 이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리튬포어스(+23.65%), 하이드로리튬(+30%), 포스코퓨처엠(+8.31%), 엔켐(+21.34%) 등의 주가가 모두 상승 마감했다. 이차전지 관련주인 포스코홀딩스(+3.72%), 에코프로(+4.81%), 삼성SDI(+3.21%), LG에너지솔루션(+2.77%) 등도 올랐다.
이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매티 자오 중국 리서치 공동 총괄은 “단기적으로 리튬 가격이 크게 오를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젠샤워 광산이 글로벌 리튬 생산의 약 6% 차지하며, 이춘시에 있는 다른 광산들도 전체 생산의 최소 5% 차지한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CATL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다른 광산에서도 생산이 중단될지 주목하고 있다.
맥쿼리의 유진 흐사이오 중국 주식 전략 총괄은 “장시성 광산 중단이 CATL 배터리 생산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조치를 통해서 전체적 리튬 생산능력이 감소될 가능성이 주목된다"고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기업 등록 및 승인 절차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중국 지방 정부는 이춘시에 광산을 운영하는 8개 기업들에게 9월말까지 매장량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나 퓨처스의 장 웨이신 애널리스트는 “CATL의 상황 만으로 시장의 과잉공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생산 중단이 9월 30일 이후 이춘의 다른 광산까지 확대될 경우 리튬 가격은 더욱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