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요구불예금, 일주일 만에 7조원 이탈
대출도 줄어…저원가성 예금 확대에 총력
신한은행, 간편·편의성 강조한 ‘쏠 모임통장’
국민은행은 기존 상품 강화…계좌 개설 불필요

▲은행권이 요구불예금 이탈 가속화에 따라 '모임통장' 고객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은 신한은행의 '쏠 모임통장' 광고 이미지.
은행권이 요구불예금 이탈 가속화에 따라 '모임통장'(한 계좌에 여러명이 회비를 모아 관리하는 통장) 고객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저원가성 예금확보와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돌파구로 꼽히면서 은행별로 전략을 달리한 예금 유치전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시중은행 요구불예금 '뚝'…안정적 예금확보 '모임통장'에 사활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요구불예금은 지난 7일 기준 632조2951억원이다.
이는 지난 6월 말 656조6806억원 대비 24조3855억원 감소한 규모다. 7월 말인 639조1914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6영업일 만에 7조원 이상 쪼그라들었다.
요구불예금은 말 그대로 언제든 고객이 요구하면 바로 돈을 내줘야 하는 수시 입출금예금이다. 은행 입장에선 연 0.1%대의 낮은 금리를 제공하면서도 저원가성 예금으로, 대출을 내주는데 쓰이는 핵심 자금 조달처 중 하나다.
그러나 최근들어 요구불예금 이탈 속도가 증가하자 은행권은 저원가성 예금 확보에 집중하기 위해 모임통장 등을 통해 예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요구불예금이 줄어들면 대출에 활용할 자금의 원가가 높아지기에 은행들이 모임통장이나 파킹통장 등 원가 부담이 적은 예금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이다. 가뜩이나 금리 인하기와 가계대출 축소 흐름이 맞물려 대출을 통한 수익성마저 약화되면서 은행으로선 놓치고싶지 않은 먹거리가 됐다.
모임통장 고객이 많아지면 정기적으로 입금되는 회비에 따라 안정적인 수신 자금을 예상할 수 있고, 모임 구성원 연계 가입에 따라 신규 고객유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은행권은 내달 예금자 보호한도 상향(1인당 5000만원→1억원)을 앞두고 추가로 수신자금 이탈을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 '차은우' 앞세운 광고부터 부가기능도 각축전
모임통장에 가장 적극적인 신한은행은 지난 2월 배우 차은우를 모델로 앞세우며 힘을 실었던 '쏠(SOL)모임통장'을 밀고 있다. 최근엔 오는 10월 황금연휴에 맞춰 이벤트를 실시하면서 모객에 본격 나서는 중이다. 신한은행은 내달 12일까지 '쏠 모임통장'에 신규가입한 고객을 대상으로 여행지원금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아울러 앱 설치 없이 모바일 웹에서 즉시 가입이 가능하도록 한데다 연락처, 카카오톡, 문자를 통해 모임원을 간편하게 초대할 수 있는 특징을 강조했다. 모임장을 교체하면 자동 알림이 나가거나 관리자가 변경되어도 연속적으로 운영이 가능하도록 편의기능도 살렸다. 금리혜택으로는 모임저금통(파킹통장)은 조건 없이 연 2%(300만원 한도) 금리를 주고, 모임적금은 최대 연 4.1%의 이자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이런 강점을 바탕으로 누적 가입자수가 40만명이 넘어섰다. 최근 발생한 경북 산불피해 당시 기부금 후원계좌로도 활용됐다.
KB국민은행은 기존 상품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출시한 KB모임금고는 별도 계좌 개설이 불필요하며 기존 모임통장 서비스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있으면 연 1.9%p의 우대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도록 한 파킹통장 상품이다. 모임적금과 연계하면 최고 연 3.8% 금리혜택이 제공된다.
하나은행은 하나원큐앱으로 모임통장을 운영한다. 기존 계좌에 모임기능을 연결할 수 있고 모임장 변경이 가능하다. 모임전용 체크카드는 3~20% 캐시백(월 최대1만원)을 제공하며 적금과 연계하면 '내맘적금'에 최고 연 4.3%금리도 제공한다. 다양한 기업과의 콜라보를 통한 전략도 선보인 바 있다. 네이버페이와 함께 '네이버페이머니 하나통장'을 출시한 하나은행은 5개월만에 50만좌를 완판한 후 추가 100만좌를 승인받는 등 성과를 톡톡히 봤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1월 슈퍼앱 '뉴원뱅킹'을 출시한 뒤 해당 앱에 모임통장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모임장 교체 및 내역·미납 알림 기능을 제공하며 파킹통장 금리로 연 1.8%를 제공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일 'NH올원모임 서비스'를 새로 출시하며 고객 맞이 채비를 마쳤다. 내달 1일까지 통장을 개설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총 116개 모임에 최대 100만원의 모임 지원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경쟁이 시작됐지만 은행권과 저축은행업권까지 고객 유치전에 뛰어들면서 '모임통장' 확대 경쟁이 치열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인뱅의 경우 편리성·고금리·대규모 모임 서비스 등을 앞세운 대규모 마케팅에 강점을 보이고, 저축은행은 저신용 고객이나 소규모 모임을 겨냥해 시중은행 대비 높은 금리(최소 연3% 이상)를 내세우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초반에 20·30대가 대부분이었던 고객층이 차츰 40대 이상으로 넓혀지고 있는데다 친목이나 가족간 생활비, 회사 등 용처도 다양해지는 추세다"며 “각 업권마다 일정공유, 목표설정, 캐시백 등 부가기능 경쟁부터 미성년자 개설 등 서비스 확대까지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