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 감축 두고 제네바서 14일까지 회의
“석유화학 로비스트 역대 가장 많은 234명 참여”
풀뿌리연대 “이재명 정부 플라스틱 생산 감축 지지해야”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유엔 사무국'의 모습. 그린피스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국제 협상이 계속 공전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부산 협상이 별 의미 없이 끝난데 이어 최근 열리고 있는 스위스 협상마저 성과를 도출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환경단체 등에 따르면 11일부터 14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플라스틱 생산에 제한을 거는 국제협약을 만들기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속개 회의(INC-5.2)'가 열리지만, 이번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는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협약의 마지막 회의는 지난해 11월 부산으로 정해졌다.
하지만 부산 회의에서는 전혀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되지 못했다.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이 가장 큰 관건인 상황에서 당사국인 한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중재해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하는데, 당시 윤석열 정부는 이를 외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 다시 스위스에서 협상이 열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의미있는 성과 도출이 힘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장 큰 쟁점인 화석연료에서 추출된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규제안을 놓고 한국, 미국, 유럽연합, 도서국들은 플라스틱 오염의 근본적 대응을 위해 생산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산유국은 “생산 규제 조항은 협상에서 절대 넘을 수 없는 선"이라고 못 박으며 맞서고 있다.
특히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에 탈퇴한 데 이어 플라스틱 협약에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 6일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달 25일에 “우리는 플라스틱 생산 목표나 플라스틱 첨가물 또는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금지·제한 같은 비실용적인 포괄적 접근 방식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내용을 수용하지 말 것을 각국에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현재 스위스 행사장에는 부산 때보다 더 많은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들이 참가하면서, 플라스틱 생산 규제 협상이 이뤄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 7일 국제환경법센터는 이번 회의에 역대 최대 규모인 234명의 화석연료 및 석유화학 업계 로비스트가 참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유럽연합(EU) 대표단 233명보다 많으며, 한국 정부 대표단 (25명)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이번 스위스 협상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할까봐 위기감을 느끼고 우리나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플라스틱 감축 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들이 모인 '풀뿌리연대'는 12일 성명을 내고 “탈플라스틱 정책을 공약했던 새 정부는 INC-5.2 협상장에서 실망스럽게도 소극적인 태도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지난해 윤석열 정부가 부산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보여주었던 태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한국 대표단은 플라스틱의 과도한 생산을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줄이는 국제적 목표를 설정하자는 조항(제6조)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 정부는 '탈플라스틱'이라는 대국민 약속을 지켜야 한다. 국제 협상에서 침묵을 유지하는 대신,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명확하게 지지하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