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춘천시, 홈경기 유치 방식 갈등… 소통 부재와 감정 대립으로 확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12 20:44

강원FC “공모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강조, 강릉 단독 개최 확정”
춘천시 “신뢰 회복 위한 구단의 공식 사과 우선”


강원FC

▲2024년 10월 김천상무를 1:0으로 이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진태 도지사 SNS

춘천=에너지경제신문 박에스더 기자 강원도 연고 프로축구단 강원FC와 춘천시가 2026년 홈경기 유치 문제를 두고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단순한 개최지 선정 문제를 넘어 소통 부재, 행정 절차 불신, 감정 대립까지 얽히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도민구단'의 정체성 훼손과 지역 팬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강원FC는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5일까지 춘천시와 강릉시를 대상으로 '2026년 홈경기 개최 신청서'를 접수했다. 동일 조건에서 진행된 재공모(8월 12일 마감)에는 강릉시만 신청했으며, 이에 따라 내년도 K리그·코리아컵 모든 홈경기는 강릉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구단은 개최지 선정 방식을 두고 “모든 지자체에 동일한 조건을 제공했고, 단일 평가 기준인 '개최지원금'을 적용했다"며 “특정 지자체의 요구나 전제 조건이 반영될 경우 형평성이 훼손될 수 있어 투명한 절차를 유지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2022년 공모에서도 단독 신청 사례가 있었지만, 당시 강원도의 중재로 분산 개최를 했으나 이런 예외 조치가 반복되면 성실하게 참여한 지자체가 불이익을 받게 된다"며 추가 논의 없이 공모 결과를 확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최 도시는 지원금 이상의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으며, 앞으로도 도민구단으로서 모든 절차를 공정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힘내라 강원FC

▲지난 2023년 육동한 춘천시장은 수원 삼성과 리그 마지막 경기를 응원하는 자신의 SNS에 올렸다. 사진=육동한 춘천시장 SNS

춘천시는 “강원FC 신뢰 회복 위한 공식 사과 먼저이며 2026년 홈경기 공모 방식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며 강원FC와의 신뢰 회복을 위해 구단의 공식적이고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는 지난 4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개최 협의 과정에서 강원FC가 충분한 사전 설명 없이 일방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김병지 대표가 공개석상에서 춘천시민을 폄훼하는 발언을 한 점을 강하게 문제 삼았다. 또한 5월에는 경기장 현수막 철거 지연을 이유로 시장 공식 행사를 취소하고 출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 점 역시 신뢰와 존중의 훼손으로 지적했다.


춘천시는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강원FC 대표 당사자의 공식 사과는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신뢰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시민과 축구팬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성과 정당성이 확보된 논의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춘천시는 2026년 홈경기 개최 공모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점도 지적했다. 과거 의견서 제출과 협의 중심이던 절차가 '신청서 제출-지원금 경쟁' 구조로 바뀌었고, 특히 하반기 10경기를 최고 지원금을 제시한 지자체에 집중 배정하는 규정은 도민구단 설립 취지인 상생과 분산 개최 원칙을 훼손하며 지자체 간 세금 경쟁만 부추긴다는 입장이다.


춘천시는 “지난 3년간 상반기 개최를 감내하며 협조했으나, 경기장 환경 개선을 위한 하반기 개최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현재 공모 계획은 일방적 조건 제시와 구속 조항 위주로, 동등한 동반자 관계라기보다 일방이 우위에 서서 상대를 종속시키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원FC가 시민과 축구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춘천을 동등한 파트너로 존중하는 원칙을 명확히 반영할 때에만 협의에 나설 것"이라며 “도민구단의 공공성과 신뢰 회복을 위해 구단주인 강원도 역시 중립적이고 책임 있는 조정·감독 역할을 즉시 수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춘천시는 “이 전제가 충족되면 상·하반기 균형 있는 경기 배정, 분쟁 예방을 위한 표준 절차 마련, 도·구단·지자체 3자 협의체 운영 등 구조적 개선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이번 논의가 지역 간 불필요한 경쟁을 없애고, 모든 개최지가 상생과 신뢰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경기 유치 환경을 만드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강원FC의 도민구단 정체성 훼손과 지역 축구 팬들의 이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역 축구 팬들은 도민구단이 특정 지역에 치우쳐서는 안된다는 우려와 함께 양측이 조속히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원FC가 특정 도시의 구단처럼 인식되고 팬층은 분열될 위기에 처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경기장 유치'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장 선정의 공정성과 행정 절차, 의사소통 문제, 그리고 상호존중 결여의 결과물이다. 강원FC는 도가 구단주인 도민구단이다. 하지만 입장 수익과 스폰서 수입이 제한적이어서 지자체 지원금에 의존한다. 이런 구조로 인해 지원금 경쟁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려 해 지역 간 갈등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반기·연 단위로 홈경기 개최지를 바꾸는 관행은 투자와 장기 전략 수립을 어렵게 한다.


도민과 시민들은 축구를 즐길 권리와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이를 위해 강원FC 구단과 춘천시 모두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열린 대화와 협력의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도민구단의 정체성을 지키고 도민구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도민이 구단의 주인임을 느낄 수 있도록 서로이 입장 차이를 좁히고 '누가 더 많이 주나'의 경쟁에서 벗어나 '함께 벌고, 함께 나누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힘을 모을 때, 강원도 축구가 진정한 도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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