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나온 오세훈식 부동산 정치…외국인 주택 소유 규제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12 15:16

서울시, 외국인 주택 소유 규제 강화 검토 한국계 외국인까지 포함 방침

국토부 법 개정 없이는 시행 불가…전문가 “지자체 권한 아냐”

외국인 비중 0.5% 불과, 시장 영향 미미…정치적 상징성만 부각

지난 2월 토허제 해제 역풍 후 한 달 만에 재지정…정책 실패 재연 우려

오세훈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1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민선 8기 3주년 기자간담회:가열차게 일상혁명'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비거주 외국인의 주택 소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아예 소유를 못하게 하거나 세금 부담이 큰 미국·호주·싱가포르 등처럼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성이 떨어지는데다 지자체 소관 사항이 아니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이벤트'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2일 시와 업계에 따르면, 오세훈 시장은 전날 간부회의에서 “실제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의 고가 주택 매입이 시장 왜곡과 내국인 역차별로 이어지고 있다"며 해외 규제 사례 조사와 국토부 협의를 지시했다. 시는 앞서 6월 국토부에 '상호주의' 제도 신설을 건의한 데 이어 7월부터 외국인 부동산 보유 현황을 국적·연령·지역별로 분석하는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외국인이 소유한 국내 주택은 최근 정부 발표 기준으로 10만 호 가량인데 2년 전 8만 3000여 호에서 꾸준히 늘고 있다. 국적 별로는 중국인이 가장 많았고, 미국, 캐나다인 순이다. 문제는 외국인들에게는 정부가 시행하는 주택담보대출 6억 원 제한, 일정기간 실거주 의무, 토지거래허가제 등 부동산 관련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는 이에 따른 형평성 및 탈세 논란 등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인들에 대한 세금 부과나 매입 자격 제한, 사전 승인제 도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시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실거주 여부는 현장 점검, 주민등록·거소 확인, 우편물·택배 수령 여부, 관리사무소 입주자 확인 등 현행 토지거래허가구역 점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것"이라며 “위반 시에는 이행강제금 부과 등 현행 조치 수준의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취득세 중과, 거주 요건 부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비거주 외국인의 주택 취득을 제한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외국인에게 최대 60%의 취득세를 부과하며, 말레이시아는 내국인의 두 배 세율을 적용한다. 중국은 일부 대도시에서 6개월 이상 거주 요건을 요구하고, 베트남은 토지를 취득할 수 없으며 주택 매입도 일부 지역에 한정된다.




문제는 이같은 외국인 주택 매입 관련 규제는 사실상 지자체 소관이 아니고 국토교통부의 법령 개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시와 법령 개정 방향을 논의 중이지만, 현재 국회에 발의된 관련 개정안 10건이 먼저 처리돼야 시행령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건 행정조치뿐"이라며 “법적 근거 없이 규제 실효성을 확보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도 “우리나라도 취득세율 인상을 고려할 수 있으나, 외국인 보유 비중이 0.5%에 불과해 가격 안정 효과는 미미하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비거주 외국인 거래 규모가 크지 않아 가격·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며 “정책 효과보다는 내국인 역차별 방지라는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아파트 매매가격에는 영향이 거의 없겠지만, 전·월세 시장에는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거래량 자체를 줄이기보다는 여론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외국인 주택 매입 규제 검토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를 겨냥한 행보로 보고 있다. 지난 2월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는 국면에서 지지층을 의식해 강남 3구 토지거래허가제를 해제했다가 집값 급등 역풍을 맞았음에도 또다시 '부동산'을 정치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잇다.


오 시장은 당시 “토지거래허가제를 너무 오래 끌었다"며 강남·서초 일대 토허제를 해제했지만, 직후 해당 지역 아파트값이 급등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해제 직후인 2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9%였지만 3월 셋째 주 0.28%, 4월 첫째 주 0.34%로 확대됐다. 강남구와 송파구는 같은 기간 각각 0.76%, 0.82% 올라 평균을 웃돌았다. 이에 시는 한 달 만에 강남 3구는 물론 용산구까지 토허제를 재지정하며 정책 실패를 사실상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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