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기후에너지 전담부처…국회입법처는 필요성 강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13 14:36

국정위, 대국민 보고대회에 정부조직개편안 빠져

당분간 에너지 산업부, 기후 환경부 맡는 체제 유지

산업부서 에너지 분리 국가경쟁력 악화 우려 있어와

국회입법조사처 “기후와 에너지 묶어 조직개편 해야”

이재명 대통령, 국정기획위 국민보고대회 발언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개편안이 13일 열린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의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발표되지 않았다. 규제가 우선인 환경분야와 국가 자원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에너지 부문 간의 통합에 대해 에너지업계의 우려가 큰 상황에서 기획재정부, 검찰 등 다른 부처 개편안도 얽혀 있는 상황이라서 일단 정부조직 개편은 정책 후순위로 밀린 모습이다.




13일 국정기획위원회는 대국민 보고대회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인 '국정운영 5개년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123개 과제를 밝혔다.


국정위는 에너지 분야에서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탄소중립 달성 의지 등을 밝혔고, 이에 필요한 재원 확보에 대한 계획도 설명했다.



하지만 에너지업계의 가장 큰 관심사인 기후에너지 전담부처에 대해선 발표가 쏙 빠지면서 개편 논의가 뒤로 밀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날 전담부처에 대한 정부 구상이 발표될 것으로 알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던 에너지와 환경 업계에는 상당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를 만들겠다고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활발한 논의 끝에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는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 부문을 합친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하는 안과 환경부가 산업부의 에너지 부문을 흡수하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안으로 좁혀졌다. 이 가운데 부처 신설이 필요없고, 전담부처의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안이 유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기후에너지 전담부처 내용이 빠지면서 그 배경에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 부문과 밀접하게 연관된 에너지 부문이 산업·통상과 분리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산업계의 입장보다는 온실가스 감축에만 초첨을 맞추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산업계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번 한미 관세협상에서 통상과 에너지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것이 증명됐듯 산업과 통상과 에너지를 분리하면 국제 협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게다가 에너지는 산업의 원료이자, 연료로서 국가 경제와 사회의 기본 축을 담당한다. 이를 감안한 정부의 에너지 분야 3대 원칙은 청정성, 가격안정성, 수급안정성이다. 환경을 담당하는 규제 우선인 부처로 에너지 부문이 흡수되면 청정성은 높아지겠지만, 가격과 수급 안정성이 떨어져 경제에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에너지와 산업계에선 상당히 높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 1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산업부에서 에너지 부분을 분리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최고위원은 “산업과 에너지를 섣불리 분리하는 것은 곧 글로벌 산업 경쟁력,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우리의 산업 생존과 고용 위기 극복을 희생하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정부의 조직개편 구상에는 기후에너지 전담부처뿐만 아니라 기재부와 검찰청에 대한 개편도 포함돼 있다. 모두 큰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국정위가 60일간의 짧은 운영기간 동안 구체적 개편안을 내놓기에는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현재 기재부는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분리하고, 금융위원회를 해체해 국내 금융정책을 재정경제부로 이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검찰청을 폐지해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를 전담하는 공소청, 수사를 담당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수사기관 간 협력 및 조정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수사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그럼에도 기후위기 대응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는 만큼, 기후에너지부 혹은 기후에너지환경부를 향한 정부조직개편 움직임은 이어질 전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12일 '기후·에너지 관련 정부 조직 개편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기후 부문과 에너지 부문을 합쳐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기후·에너지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총 '기후·에너지부' 신설(1안) △환경부를 확대 개편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2안) △'기후에너지산업통상부'(3안)으로 제시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를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설정하고, 에너지를 제약조건으로 인식해서 통합과 균형의 원리 아래 조직 개편을 추진해야 한다. 기후 위기 대응·에너지 전환과 밀접하게 연계된 산업·무역·통상 부문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조직 개편 시 부처 내 갈등 등 행정 비효율 대책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희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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