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주재 산업경쟁력강화 장관회의 개편방안 공개
장기불황·中공급과잉에 가동률 60% 손익분기점 붕괴
M&A·사업재편 위한 ‘원샷법’ 파격지원 예고에 기대감
업계, 설비통폐합·생산감축 등 기업자율 추진 목소리

▲LG화학 여수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제공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의 직격탄을 맞은 국내 석유화학(석화) 업계가 생존을 위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의 기로에 섰다.
정부가 20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석유화학 구조 개편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대책 내용에 따라 석화업계의 생존 여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9일 석화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발표에 이어 업계·협회를 통한 연구용역, 산업부를 중심으로 한 업계 간담회 등을 구조개편 사전작업을 진행해 왔다. 20일 공개될 정부의 개편 방안은 석유화학 산업의 사업 재편을 유인하기 위한 맞춤형 지원 방안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석화업계 주요 기업들은 최근 3~4년째 이어진 불황의 터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올 상반기 나프타 분해 설비(NCC) 평균 가동률은 64.4%로 지난해 같은 기간(81%)보다 16.6%p 급락했다.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합성수지 가동률도 각각 66%, 57%로 하락했고, 한화솔루션 큐셀 부문은 21%까지 주저앉았다.
통상 가동률 70~80%가 석화 기업의 손익 분기점으로 여겨지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공장을 돌릴수록 손해가 나는 심각한 경영난에 처한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LG화학은 일부 공장 생산 라인 가동을 중단했고, 한화그룹과 DL그룹의 합작사인 여천NCC는 자금을 급히 조달해 간신히 위기를 넘기는 등 석화업계는 전반적으로 풍전등화의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구조개편 방안에서 석화기업들이 △설비 폐쇄 △사업 매각 △인수·합병(M&A) 등 고강도 자구 노력에 나설 경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특히,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개정을 통해 사업 재편 시 필요한 인허가와 금융, 세제 지원을 한 번에 처리해주는 '원샷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업 간 사업 재편 논의가 '담합'으로 해석될 소지를 없애기 위해 공정거래법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과거 일본 정부가 오일 쇼크 당시 자국 내 석화 산업 재편을 위해 공정거래법 적용을 유예했던 사례를 참고한 조치다.
이밖에 나프타·나프타 제조용 원유 무관세 기간 연장과 3조원 이상 규모의 정책 금융 자금 지원, 고부가가치·친환경 화학 소재 전환을 위한 세제 지원 등 다방면의 지원책이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확인되면서, 업계의 구조조정 논의도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현재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 간에 진행 중인 대산공장 NCC 설비 매각 협상 등이 대표적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무임승차하는 기업은 범부처 차원에서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며 업계의 책임감 있는 결단을 촉구했다.
반면에 석화업계는 정부의 구조조정론에 공감하면서도 타의가 아닌 '기업 주도'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불황과 공급과잉 상황에 따라 업계가 자발적으로 설비를 감축하거나 비핵심 사업 매각, 불필요한 생산 라인 중단, 합작 법인 설립, 신사업 M&A 등 다양한 방식의 재편을 기업들이 나서 자율조정의 틀을 마련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개별 기업들도 공급과잉 해소를 위해 주요 산업 단지 내 핵심 설비의 효율적 통폐합과 생산량 감축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단순 범용 제품군에서는 중국·중동과의 가격 경쟁력이 밀려 친환경·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사업 재편과 기술 개발 강화, R&D 투자 확대 등 근본적인 경쟁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동시에 석화기업 간 단순통합은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만큼 정유사까지 포함하는 '수직 계열화' 또는 광역 구조조정이 원가 절감·경쟁력 개선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동현 딜로이트 에너지·자원·산업재 부문 경영자문 파트너는 “글로벌 석화 산업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무역 환경의 불안정성, 원자재 가격 변동성 등으로 인해 공급망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 파트너는 “석화기업들이 지속 가능한 업황을 실현하기 위해선 인공지능(AI) 기술이나 멤브레인 분리 기술, 이산화탄소 기반 올레핀 전환, 공정 전기화, 바이오 원료 개발에 집중 투자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