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책임준공’ 다시 주목…대형사 독식부르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20 14:47

조합 안정성 확보 위한 확약서 요구 확산

삼성 “과도한 리스크” vs 대우 “감수하겠다”

전문가 “중견·소형사 배제, 양극화 심화”

대우건설이 개포우성7차에 제안한 '써밋 프라니티' 조감도

▲대우건설이 개포우성7차에 제안한 '써밋 프라니티'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재건축 시장에서 '책임준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일부 단지에서만 요구되던 조건이 강남권 주요 재건축 현장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조합은 안정성을 담보하는 장치로 환영하지만 건설사에겐 막대한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대형사 쏠림을 가속화하고 수주 양극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에서 책임준공 확약서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단지별 사업성에 따라 필수 조건으로 내거는 곳도 있고, 선택 제출로 두는 곳도 있어 입찰 판세를 가르는 변수가 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오는 23일 시공사 선정을 앞둔 개포우성7차다. 전날 대우건설은 책임준공확약서를 제출했다. 확약서에는 천재지변과 전쟁 등 불가항력 사유를 제외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공사를 중단하지 않고 준공 기한을 지키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조합이 부담해야 할 금융비용까지 시공사가 책임지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합이 필수로 요구한 건 아니고 선택 제출이었다"며 “우리는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잠실주공1·2·3단지 등에서도 다른 건설사가 책임준공 확약서를 낸 사례가 있다"며 “사업성이 좋은 단지일수록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개포우성 7차 사업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 삼성물산 건설은 선을 그었다. 삼성물산 건설 관계자는 “책임준공은 천재지변이나 예기치 못한 상황까지 모두 시공사가 책임져야 하는 구조라 사실상 무한 책임에 가깝다"며 “과도한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수주 전략에 대해 “무리한 약속보다는 품질과 안정성으로 차별화한다"며 “자사 기준으로 최근 5년간 업계 최저 수준인 11.76% 하자 판정률을 기록했고, 착공 단계부터 입주 후 3년까지 이어지는 관리 체계로 조합 불안을 줄여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합에겐 확약이 안심이 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업성이 낮은 단지일수록 시공사 참여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고 말했다.


책임준공은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대표적인 초기 사례로 부천 중동 재건축에서 조합이 처음 요구했고, 이후 강남 주요 단지로 확산했다. 최근에는 강남권 수주전에서 책임준공이 사실상 표준 옵션처럼 자리 잡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사업성에 따라 필수 조건으로 못 박는 곳과 선택 제출로 두는 곳이 갈리면서 입찰 참여 여부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책임준공은 조합에겐 안정성을 높이는 장치지만, 중견·소형사가 감당하기 어렵다"며 “결국 대형사 쏠림과 양극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부작용 우려도 나온다. 사업성이 낮은 단지는 입찰 참여 자체가 줄고, 결과적으로 소수 대형사 중심의 경쟁 구도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강남권 주요 단지 대부분이 몇 년 내 시공사를 확정할 예정이어서 마지막 수주 기회를 둘러싼 대형사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이러한 흐름이 결국 대형사만 감당할 수 있는 조건으로 굳어지면서 수주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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