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원 의지 확인
자구노력 없는 금융지원은 원칙적으로 불가
기존 여신 유지 등 금융권 배려 강조
신속한 사업재편으로 산업 경쟁력 회복 촉구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1일 서울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 금융권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금융당국과 국내 주요 은행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과 사업재편 지원에 나선다. 정부는 채권금융기관 공동협약을 통해 기업의 자금 수요를 지원하되 철저한 자구노력과 사업계획의 타당성을 전제로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함께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는 석유화학 산업 현황과 사업재편 방향을 공유하고, 금융 지원의 기본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석유화학 기업에 “자기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재편계획 등 원칙에 입각한 행동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권에는 “석유화학업계가 사업재편 의지를 밝힌 만큼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함께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권 부위원장은 특히 “사업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는 기존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하며 지역경제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어려움에도 배려를 부탁했다.
권 부위원장은 또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스웨덴 말뫼 조선업체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석유화학산업은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으로서 포기할 수 없는 산업이지만, 더는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가 됐다"며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가 문을 닫으면서 대형 크레인을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넘긴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사업재편의 기본 원칙으로 철저한 자구노력, 고통 분담, 신속한 실행을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석유화학업계 일각에서 정부의 '선(先) 자구노력, 후(後) 정부 지원' 방침에 대한 불만과 관련해 “물에 빠지려는 사람을 구해주려고 하는데 보따리부터 내놓으라는 격"이라며 “안일한 인식에 정부로서 유감을 표한다"고 작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금융권은 기업과 대주주의 자구노력과 사업재편 계획이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금융 지원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기업이 협약에 따라 지원을 신청하면 기존 여신은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인 지원 내용과 수준은 기업과 채권은행 간 협의를 통해 결정된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는 나이스신용평가가 '석유화학산업 현황과 이슈점검'을, BCG컨설팅이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재편 방향'을 주제로 각각 발표하며, 향후 구조조정 과정의 주요 고려사항과 전략을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