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만 믿고 불어나는 대출…거품 터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25 14:20

AI 수요 급증에 데이터센터 건설도 활발…2029년까지 투자 규모 3조달러

빅테크들, 회사채 발행에서 ‘사모 신용’ 대출로 눈독

우후죽순 늘어나는 사모 신용…다이먼 “2008년 서브프라임과 비슷”

데이터센터 수익을 담보로 하는 CMBS도 증가…장기 수익성 불투명

뉴욕 맨해튼(사진=픽사베이)

▲뉴욕 맨해튼(사진=픽사베이)

이재명 정부가 저성장의 해법으로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성장전략을 최근 발표한 가운데 AI 구동에 필요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대출이 활발히 집행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AI 거품론이 부각되자 거품이 실제 터질 경우 어떤 파장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자금 조달 구조가 2008년 전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는 일본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과 함께 미국 텍사스주에 위치한 민간기업 밴티지의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220억달러 가량의 대출을 추진 중이다. BNP파리바, 골드만삭스, 소시에테제네랄, 스미토모미쓰이은행, 웰스파고 등 주요 투자은행들도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인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 중 하나로 꼽히는 메타 역시 루이지애나주에 위치한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해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와 블루아울캐피탈을 통해 290억달러의 자금을 마련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AI 인프라 등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2029년까지 3조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AI 시대 본격화로 연산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ChatGPT Vulnerable Teens

▲샘 올트먼 오픈AI CEO(사진=AP/연합)

◇ 급성장하는 사모 신용 시장…AI 분야에도 진출




주목할 부분은 이러한 자금 조달이 '사모 신용'(private credit)을 통해 이뤄진다는 점이다. 메타가 확보한 290억달러 또한 사모 신용 시장에서 나온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사모 신용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평가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존 메디나 부회장은 “사모신용은 (AI 데이터센터) 분야에 진출하기를 간절히 원해왔다"며 “이번 계약은 사모 신용 시장에서 최초의 대규모 사례로, 성공적일 경우 더 많은 추가 계약이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모 신용은 은행이 아닌 연기금·보험사·국부펀드 같은 기관투자자나 초고액자산가가 직접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주목받는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채권투자에 가까운 구조로 블룸버그통신은 수익률이 8% 이상이라는 점이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는 미국에서 사모 신용 시장이 2020년 1조달러에서 지난해 초 1조5000억달러로 불어났고 2028년엔 2조80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모 신용은 대체로 은행 대출이 어려운 기업들이 주로 활용했지만 최근엔 하이퍼스케일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그동안 테크 기업들은 회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 건립 비용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모 신용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모 신용의 장점으로는 속도와 유연성이 꼽힌다.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보고서에서 “대출자들은 사모 신용이 제공하는 실행 속도와 확실성, 민첩성 등에 대해 기꺼이 프리미엄을 지불해 왔다"고 짚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의 매튜 미시 신용 전략 총괄은 “지난 3분기 동안 AI 분야에 대한 사모 신용 조달액이 분기당 최소 500억달러를 기록했다"며 “이번 메타의 자금조달 사례를 제외하더라도 사모 시장을 통해 유입되는 금액이 공개 시장보다 2~3배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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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사진=AFP/연합)

◇ 규제 사각지대 놓인 사모 시장…대출 부실률도 불투명


그러나 위험성도 적지 않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포츈지 등에 따르면 '월가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 행사에서 “(사모 신용을 통한) 직접 대출의 일부는 유용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훌륭히 관리하지 못하면 금융 상품발(發) 위기가 일어난다"며 현재 사모 신용 시장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열풍을 연상시킨다고 경고했다.


다이먼 CEO는 지난 5월에도 경기 둔화기에 사모 신용 시장이 시험받은 적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기침체가 발생했을 때 사모 신용 시장에서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줄줄이 일어나 경기 하강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포츈지는 전했다.


사모 신용의 위험성이 부각되는 이유는 담보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고, 시장이 비공개적으로 운영돼 금융 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사모 신용은 또 레버리징이 가능하지만 유동성이 떨어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사모 신용 시장 생태계가 불투명하지만 실물경제와 밀접히 연관돼 있다"며 “감독이 제한된 상황에서 빠른 성장이 계속된다면 위험이 금융 시스템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 신용 대출의 부실률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블룸버그는 “사모 신용 시장에서 디폴트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며 부실률이 2~3% 사이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이는 사모 신용을 통한 대출 구조에서 비롯된다. 사모 신용을 통해 대출을 받는 기업들은 만기까지 이자를 현금 대신 현물지불(PIK) 방식으로 지불하는 경우가 있다. PIK는 현금 대신 새로운 대출금이나 증권을 발행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대출자의 현금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해 잠재적 부실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PIK 방식으로 현금 이자 지급을 지연한 사례까지 합칠 경우 사모 신용 대출의 부실률이 현재 6%에 육박한다고 컨설팅회사 링컨 인터내셔널이 이달 초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2021년만 해도 이 수치는 2%에 불과했다. 링컨은 “디폴트가 위장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UBS도 테크 분야에서 올 2분기 PIK를 통해 이자가 지급되는 비중이 6%로 202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고 밝혔다.



Electricity Prices Data Centers

▲아마존의 데이터센터(사진=AP/연합)

◇ 데이터센터 담보 CMBS 발행도 증가세


데이터센터 개발업체들이나 유틸리티 업체들이 상업용부동산저당증권(CMBS)를 통해 자금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JP모건체이스가 분석한 결과 AI 인프라를 담보로 하는 CMBS 규모가 현재 156억달러로, 2024년 연간 발행 규모 대비 30% 증가했다.


CMBS 투자자들은 데이터센터가 창출하는 수익을 지급받지만 장기 수익성이 불확실하다는 점이 핵심 위험으로 꼽힌다. 특히 데이터센터의 경우 설립에 그래픽처리장치(GPU), 냉각 시스템 등 첨단 기술이 요구되는데 이러한 기술력이 뒤쳐지면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려는 수요가 낮아져 CMBS 가차가 급락할 위험이 따른다.


S&P 글로벌의 루스 양은 “데이터센터 대출은 20~30년 만기의 자금 조달인데, 5년 뒤 어떤 모습일지조차 알 수 없는 기술에 투자하는 셈"이라며 “과거 사례가 없어 현금 흐름 전망을 보수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AI 거품론이 부각되고 있다는 점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15초의 발언 중 거품이라는 단어를 세 차례 언급했다. 미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생성형 AI에 투자한 기업의 95%가 수익을 내지 못했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AI 거품이 실제로 붕괴할 경우, 관련 대출이 부실화되면서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과거 미국 주택시장 거품이 터진 것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이어진 것처럼 AI 거품 붕괴가 새로운 금융시스템 위기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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