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법안 와치] 스테이블코인 발의안 4건…자기자본 요건 5억이냐, 50억이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8.27 14:55

서클, 한국서 금융권·한은 총재 잇단 회동…국내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출 염두

원화 스테이블코인 자기자본 요건…민병덕(5억), 김은혜·안도걸·김현정(50억)

지난주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총괄 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은행 총재, 4대 금융지주, 가상자산 업계 경영진을 폭넓게 만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시작된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에선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진척은 더딘 상황으로 신사업 진출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 한국 법인 설립 추진

히스 타버트 서클 사장, 연합뉴스와 인터뷰

▲히스 타버트 서클 사장/연합뉴스

2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국을 찾은 서클(Circle)의 히스 타버트 총괄사장은 '국빈급 방한'을 마치고 돌아갔다. 타버트 사장은 이틀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고위급 임원, 국내 3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 임원진과 만났다.


타버트 사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시작된 한국에서 사업 기회를 살펴보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보인다. 테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서클은 최근 유럽과 일본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서클은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EURC를 발행했고, 출시를 앞둔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서클은 한국 업무를 맡을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법안 네 건 발의...누가 어떻게 발행할지 의견 분분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부안을 낼 금융위원회 조직 개편이 미뤄졌다.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발행·운영 방식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총 네 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안도걸·김현정 의원,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각각 1건씩 대표발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담보 관리, 내부통제 체계 등을 포함한 정부안을 오는 10월 공개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이 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 중 가장 폭넓은 범위에서 투자자 보호와 업계 요구를 담고 있다. 안도걸·김은혜 의원안은 스테이블코인에 특화해 자기자본 요건 등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 상품·유통에 관한 규율을 넣어 금융시장 리스크를 줄이려고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정 의원안을 보면 발행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의 100% 이상을 현금·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국내에 유통하려면 금융위에 등록하고 보호 기금을 마련하도록 했다.


법안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요건, 이자 지급 가능성, 관리·감독 주체 등은 다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자기자본금 요건에 관해 민병덕 의원안은 5억원, 김은혜·안도걸·김현정 의원안은 5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하도록 했다. 자기자본금 요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대기업·금융회사 중심으로 재편되거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논의가 활발한 건 좋은 일이지만 업계에선 어떤 법이 어떻게 제정될지 혼란스러운 것도 현실"이라며 “글로벌 사업자들이 한국을 기회의 시장으로 보고 움직이고 있는데, 국내 제도 논의가 늦어지면 신사업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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