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달러선 돌파…美 7월 PCE 가격지수 예상치 부합
연준 금리인하·트럼프 압박이 금값 지지
트럼프, 관세처럼 또 다른 TACO나올 가능성도

▲골드바(사진=AF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자 국제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장에서는 금 가격이 1년 이내 4000달러 돌파 전망이 나오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국제금 12월 선물 가격은 온스당 3516.10달러에 거래를 마감, 종가 기준 신고가를 경신했다. 종전 최고가는 지난 8일 기록된 3491.30달러였다.
국제 금 시세는 지난 4월 급등한 이후 3200~3400달러선 범위에서 박스권 장세를 이어왔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 기조연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자 가격 상승에 방향성을 잡은 모양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정책 (금리가) 제한적인 영역에 있는 상황 속에서 기본 전망과 위험 균형의 변화로 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날엔 연준이 선호하는 물가지표인 근원 7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예상치에 부합한 것이 금값 상승을 이끌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7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9%, 전월 대비 0.3% 상승해 모두 시장 예상치와 일치했다.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 것으로 나타나자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현재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9월에 금리를 4.00~4.25%로 0.25%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87.5%로 반영하고 있다. 이는 1주일 전(84.7%)보다 더 높은 수치이기도 하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금값 상승의 요인으로 여겨진다. 금리가 내려가면 이자가 발생하지 않은 금에 대한 투자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 달러화가 약세를 이어가는 점도 금값에 호재다. 금은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국제 금 선물 가격 추이(사진=네이버금융)
전문가들은 이러한 요인들이 맞물리면서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귀금속 매체 킷코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금리가 인하되면 금 가격을 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금값이 4000달러를 찍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을 향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압박이 달러 가치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내년 금값이 4000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예측한 피델리티의 이안 샘슨 다자산 펀드매니저도 최근 서한을 공개해 미국 경제가 앞으로 몇 달 이내 둔화하거나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기본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샘슨 매니저는 “금리 인하, 끈끈한 인플레이션, 성장 둔화는 모두 금값 강세를 가리킨다"며 “미국 재정적자 규모 확대는 달러 약세에 대한 우려를 고조시켜 금에 대한 장기적인 수요도 증가시킨다"고 덧붙였다.
일각선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에서 보여준 것처럼 연준을 향해 압박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후퇴하는 이른바 '타코'(TACO·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럴 경우 달러 가치가 반등해 금값 상승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아타칸 바키스칸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책이 계속된다면 달러가 하락하고 장기채 금리가 상승하는 모양으로 미국이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부채와 재정적자가 불어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채권 시장이 트럼프 대통령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시장 반발이 점점 현실화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후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