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강화 등 세제는 제외…금융 규제 일부 포함 가능성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도심 유휴부지 활용 방안 검토
정비사업 인허가 단축·규제 완화 카드 거론…실행력이 관건
전문가 “공급 신호는 단기, 지속성은 보완책에 달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들 모습. 사진=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이르면 오는 10일 이전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는다. 이재명 정부 들어 처음 발표되는 데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오는 공급 청사진인 만큼 시장의 관심은 시기와 방법, 대상 지역, 규모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대책엔 보유세 강화 등 세제는 제외하고, 3기 신도시 추진 가속화·도심 유휴부지 활용·정비사업 활성화 등이 중심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필요할 경우 금융 규제가 보완적으로 포함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2일 박지홍 국토부 대변인은 에너지경제와의 통화에서 “발표 시점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면서도 “업계에서는 10일 이전에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구체적인 발표 형식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해 8월 8일 발표된 공급 대책(88 대책)처럼 관계장관회의에서 경제부총리가 모두 발언을 하고, 국토부 장관이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부동산 업계는 물론 내집 마련 수요층 등에선 이번 대책의 내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이라 향후 정권 차원에서 추진될 전체적인 주택 공급 정책의 얼개를 엿볼 수 있다. 특히나 단기적으로도 6.27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 이하로 묶었는데도 집값이 들썩이는 등 시장이 불안한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가격 동향에 미칠 영향력이 크다.
우선 보유세 강화 등 세제 조치는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부 세금 조정만으로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대신 공급 확대와 병행해 금융 규제가 일부 담길 수 있다는 말이 금융당국 일각에서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강남3구와 용산 등 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현행 50%에서 40%로 낮추는 방안, 전세대출·정책대출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카드는 3기 신도시다. 기존에 발표된 남양주왕숙(7만5000가구), 하남교산(3만7000가구), 고양창릉(3만8000가구), 인천계양(1만7000가구) 등 총 32만8000가구 공급 계획을 다소 수정해 조기 입주 및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국토부는 용적률 상향과 고밀개발을 통해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예컨대 남양주왕숙의 경우 기존보다 20~30% 높은 용적률을 적용해 수용 세대를 늘리고, 증가분 일부를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 시설로 확보해 공공성을 보완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다만 군부대 이전, 교통 인프라 확충 지연, 주민 반발 등이 여전히 걸림돌이다.
도심 유휴부지 활용도 한 축이다. 정부는 용산유수지, 종로 복합청사, 대방 군관사 부지 등 도심 부지를 개발해 3만5000가구 이상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반시설이 갖춰진 도심에 공급되는 만큼 빠르게 공급할 수 있고, 입지가 좋아 시장 주택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 다만 사업 규모가 작고 주민·지자체 반대나 소송으로 지연될 가능성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인허가 절차 단축도 이번 대책에 포함될 전망이다. 서울 시내 재건축 대상 아파트가 수십만 가구에 달하는 만큼, 인센티브 제공과 3년 이내 인허가 특례 등의 카드가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초과이익환수제 부담, 안전진단 규제, 조합 내부 갈등 해소 등이 숙제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주택 공급을 안정화하는 것이 시장 심리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겠지만 시기, 규모, 현실 가능한 방법론, 지속적인 추진과 실효성 보장 등이 관건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만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은 “현장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민간 공급 부담이 큰 만큼, 금융·세제 보완이 빠지면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도 “공급대책은 단·중장기 로드맵과 지역 맞춤형 해법이 병행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안정 효과가 수개월 내 소진될 수 있다"고 봤다.
산업재해 예방·단속 강화가 주택 공급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작은 이상 신호만 있어도 곧바로 멈추고 확인한 뒤 재개하는 일이 일상화됐다"며 “공사비 현실화 없이 공급 확대만 요구하면 지속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산재 예방 단속 때문에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과징금 강화 검토를 지시하는 등 강경 기조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