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딧첵] LG, 캐시카우 부진 속 미래 성장 기회 찾기 숙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9.11 12:08

화학·전지·소비재 동반 부진의 그림자

외형은 정체, 비용 부담 확대는 지속

수요 위축·관세 겹쳐 이익 회복 난망

전방산업 부진에 미래 성장 동력 흔들

LG전자 본사 트윈타워 사옥 전경. [사진=LG전자]

▲LG전자 본사 트윈타워 사옥 전경. [사진=LG전자]

LG그룹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하고 있다. 그룹을 견인할 현금창출원(캐시카우)이 실종되면서 외형이 정체됐고 비용 부담은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소폭이나마 이익창출력이 개선된 전자 사업도 올해는 가시밭길이다.




11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의 최근 4년간 영업이익 연평균 성장률(CAGR)은 –25.6%다. 매년 영업이익이 4분의 1씩 줄어든 수준이다. 이는 수익성 악화가 단기 변동성이 아닌 장기간 이어졌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매출 연평균 성장률은 늘었지만 3.3% 증가에 그쳤다. 매출이 소폭이나마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뒷걸음인 것은 매출 성장 대비 비용 효율성이 악화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화학·에너지·소비재 모두 부진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LG의 화학·전지(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생활건강 연결) 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2021년 6조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으로 77% 대폭 감소했다. 결국 그룹에서 이들 부문의 영업이익 비중은 2021년 46.1%에서 지난해 24.4%로 축소됐다.


화학·전지 부문은 그간 석유화학의 급격한 업황 저하에도 2차전지와 첨단소재를 중심으로 실적 저하를 일부 완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차전지 부문마저 무너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LG생활건강은 2023년까지만 해도 화학·전지 부문 영업이익의 40~50%를 창출하는 등 그룹내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했다. 하지만 지난해 업황 악화로 이익창출력이 크게 저하됐다. 화장품 부문은 수익성 개선과 구조조정 효과가 있었으나, 음료 부문의 원재료 가격 상승 및 경쟁 심화가 발목을 잡았다. LG생활건강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7000억원에서 지난해 4600억원으로 34% 감소했다.


석유화학·전지·소비재 턴어라운드 안갯속

사진=한국기업평가

▲사진=한국기업평가

석유화학 업황은 올해도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 중 석유화학 부문의 둔화가 가장 심했다. 이 기간 전체 제조업의 매출은 작년 2.8%에서 1.7%로 1.1%p 감소했는데, 석유화학은 -1.9%에서 -7.8%로 감소 폭이 더 컸다. 하반기에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발 관세정책 우려 재점화 등 매크로 불확실성이 높아서다.


한기평은 LG화학이 현재 수준의 자체 영업현금 창출로는 단기간 내 현 신용도에 부합하는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앞서 지난 6월 LG화학(AA+/부정적)은 핵심 수익기반인 석유화학부문과 전지부문의 부정적 업황과 실적 부진으로 등급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된 바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 회복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2차전지 업계의 부정적인 수급환경이 지속돼서다. LG에너지솔루션 자체는 상호관세 여파에 따른 리스크 부담은 어느 정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셀 생산능력의 상당부분이 미국 내 구축돼 있어서다. 문제는 전기차 등 관세 리스크에 노출된 전방산업의 부진이다. 이미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놓인 상태에서 관세 리스크가 덮친 전기차 업체들의 수요 위축은 LG에너지솔루션의 수익성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


또 다른 캐시카우였던 LG생활건강의 현재 재무상태는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익창출력이 2022년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한국신용평가는 LG생활건강에 대해 올해도 2022년 이전 대비 약화된 이익창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외 소비심리가 부진한 가운데, 화장품·생활용품 부문 내 온라인 및 H&B스토어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채널 구조 하에서 높은 경쟁강도가 이어져서다. 음료 부문도 원가부담 상승 등으로 인해 수익성이 다소 약화됐다. 실제 LG생활건강의 지난 1분기 연결 영업이익률은 8.4%로 전년 1분기 8.7% 대비 낮아졌다.


전자, 일시 반등 했으나 부진 여전...성장성 트럼프에 달려

지난해 그룹 영업이익 개선에 유의미한 변화를 준 것은 전자 부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전년보다 사정이 나아진 정도다.


LG그룹의 지난해 전자 부문 영업이익은 2조9000억원으로 전년 1조원 대비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다만 이는 2021년 6조원의 절반 수준에 못 미친다. 2021~2024년 전자부문 CAGR은 -31.7%에 달한다. 지난해 성장은 일시적인 개선일 뿐 안심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자 부문의 올해 이익창출력은 저하될 것으로 관측된다.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원가 상승 및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경쟁 심화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고됐다. 주력인 생활가전은 미국의 철강 파생제품 관세 부과(2025년 6월부터 적용)로 일정 수준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하다. LG이노텍 역시 북미 전략거래처의 스마트폰 출하량 부진 및 벤더 그룹 내 경쟁심화로 수익성 하방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부담도 여전하다.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2022년 -3조원대를 시작으로 매년 조원 단위 영업적자가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에도 67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적자 폭이 줄어들고는 있으나 아직도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즉 그룹 수익성에 아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자본적지출(CAPEX)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LG그룹은 내년 6월까지 LG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기술 개발과 생산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업계는 하반기에도 LG디스플레이의 영업실적 회복세가 이어질 전망이나, 전자사업 전반의 실적 개선을 견인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기평은 “그룹의 주력사업이 전자와 2차전지 사업으로 구성돼 있어 미국 통상정책 변화에 대한 노출도가 비교적 높다"며 “LG전자의 경우 철강 파생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조치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및 수요 감소로 일정 수준의 수익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 등 전자부품사의 경우, 북미 전략거래처의 관세 면제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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